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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스캔들 딛고 장기집권 현실화?…키시다 불출마로 유리한 고지 선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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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스캔들 딛고 장기집권 현실화?…키시다 불출마로 유리한 고지 선점

아베 총리와 이시바 전 간사장과의 대결로 압축

키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무 조사 회장이 출마를 포기하면서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재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자료=자민당이미지 확대보기
키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무 조사 회장이 출마를 포기하면서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재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자료=자민당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한달 앞으로 다가온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재선의 승산이 높아졌다. 키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무 조사 회장이 출마를 포기하면서 아베 총리의 지지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키시다의 불출마 선언에 따라 총재 선거는 거의 아베 총리와 자민당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과의 경쟁으로 좁혀졌다. 게다가 키시다의 지지까지 가세하면서 아베의 재선은 더욱 유력해졌다.
자민당의 주요 파벌인 '키시다파'를 이끄는 키시다는 그동안 총재 출마에 의욕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열린 기자 회견에서 키시다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하고 총재 선거에서 아베를 지지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3년에 한번 열리며, 당의 국회의원과 지방 당원의 투표를 통해 신임 총재가 선출된다. 2015년 아베 총리는 각파의 지지를 얻어 투표없이 자민당 총재에 자동으로 재선됐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일련의 스캔들 영향으로 아베의 자민당 내에서의 위세에 그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일부 의원들이 출마 의욕을 보여 왔다.

전문가들은 이시바 시게루의 출마 기세를 업신여길 수 없지만, 민심의 지지율이 높았던 키시다가 불출마 선언과 함께 아베에게 충성을 표시한 것으로, 아베는 '협공'의 곤경에서 벗어나 국회의원 표에서는 이시바를 훨씬 앞설 것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일본 언론은 키시다가 불출마를 결정한 가장 큰 원인은 "소속 파벌이 충분히 막강하지 않아 아베와의 경합에서 승산이 없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키시다는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스스로 출마를 철회, 아베에게 충심을 보임으로써 장래 그 지위를 선양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주장이다.

현재 아베가 이끄는 '호소다파'는 94명의 국회의원이 속한 당내 최대의 파벌이다. 또 아베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있는 부총리 겸 재무장관인 아소 다로(麻生太郎)가 인솔하는 '아소파'와 자민당 간사장 니카이 토시히로(二階俊博)가 이끄는 '니카이파'는 각각 59명과 44명의 국회의원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48명의 국회의원이 있는 키시다파가 가세하면 아베의 승리가 유력해진다.

물론 자민당의 제3파벌인 '다케시타파'가 총재 선거 문제로 분란이 일면서 자민당 내의 약 20%의 국회의원이 어느 파벌에도 속하지 않고 남아있긴 하다. 하지만 일본 미디어의 추산에 따르면, 이미 약 300명의 의원이 아베에 지지를 표명한 상태다. 이는 자민당 의원 총수의 70%를 넘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전혀 없다.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는 모리토모, 가케 학원 등 아베 총리가 연루 의혹을 받는 일련의 사학 스캔들이 심화하는 와중에 찾아왔다. 이러한 스캔들은 아베 내각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져 아베 내각 지지율을 38% 선까지 추락시켰다. 하지만 아무리 내각 지지율이 형편없다 하더라도 자민당 내부 지지율이 탄탄한 만큼 재선의 승산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변수가 존재한다. 최근 자민당 총재 공선 규정에 따르면, 이번 총재 선거에서는 지방 당원의 표수가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넘는 후보가 없을 경우 결선 투표에서 47 도도부 현의 지방 당원 대표 표 47표도 계산된다. 지금까지의 결선 투표에서는 국회의원의 표만이 꼽히고 있었다.

또 아베가 국회의원 사이에서 지지율 우위는 분명하지만 지방 당원의 투표 의향이 명확하지 않고, 개정 후의 총재 공선 규정 또한 일정 정도 지방 당원 투표의 비중을 높이고 있는 것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각종 스캔들에 반감을 사고 있는 지방 당원의 여론이 뭉쳐지고, 그 여파까지 가세한다면 아베도 끝내 고배를 들 가능성도 있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