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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증권사 '매도' 리포트 주의보…타깃된 대형주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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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증권사 '매도' 리포트 주의보…타깃된 대형주 몸살

모건스탠리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투자주의"
골드만삭스 "셀트리온·한미약품 등 미국점유율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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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손현지 기자] "또 당했다"

지난주 셀트리온, 삼성증권 등 국내 대형주들이 외국계 증권사의 부정적 의견 리포트에 곤두박질쳤다. 뿐만 아니라 반도체와 바이오 업종이 일제히 휘청이면서 국내 증시도 흔들렸다.
일각에서는 외국계 증권사가 시세조종을 통해 단타 수익을 낼 목적으로 부정 보고서를 낸 것으로 보고 있어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연초부터 국내 주식시장이 외국계 증권사의 리포트로 휘청거리는 악몽을 되풀이하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 또한 클 것으로 우려된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계 증권사 모건스탠리는 지난 5일 SK하이닉스를 콕 찝어 메모리 반도체인 디램(DRAM) 업황이 부정적이라는 이유로 투자의견을 '비중축소'로 내렸다. 다음날 6일 SK하이닉스는 주가가 4.7% 급락했다.

바로 이어 9일, 이번엔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종 자체를 타깃으로 삼았다.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기업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중립'에서 '주의'로 하향조정했다. 조지프 무어 모건스탠리 연구원은 "반도체의 업황 사이클이 과열양상을 띄고 있다"면서 "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고점에 달한 상태"라고 경고했다.

17일 종가 기준 외국인은 이달 들어 10거래일 만에 SK하이닉스를 5000억원 넘게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주가는 이달에만 12% 가량 급락하면서 8만원선이 붕괴됐다. 삼성전자도 종가 4만4100원으로 신저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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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리포트 한장의 파장은 며칠 지나지 않아 또 발생됐다. 업종만 바이오업종으로 옮겨갔을 뿐 데자뷔나 다름없었다.

지난 12일 미국계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셀트리온, 한미약품 등 국내 대표 제약 바이오업종에 대해 부정적인 보고서를 냈다.

골드만삭스는 "셀트리온이 주력하는 신약, 램시마와 트룩시마가 유럽에서는 상당한 시장점유율을 보이는 반면 미국에서는 가격·제도 등 제한을 받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미약품에 대해서는 "개발중인 신약후보 물질 가치가 과대평가됐다"고 분석했으며, 유한양행도 "미국 합작법인의 실적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셀트리온과 한미약품에 대해 '매도' 의견을 제시했고, 유한양행에 대해서는 '중립' 의견을 냈다.

골드만삭스의 타깃이 된 이들 주가는 다음날 맥을 못추고 하락했다. 13일 셀트리온은 전거래일대비 4.23% 내린 26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주가가 5% 가까이 급락하며 25만원선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한미약품(-7.44%)과 유한양행(-2.39%)도 낙폭이 컸다.

불똥은 바이오주 전반에도 번졌다. 신라젠(-8.46%), 메디톡스(-5.07%), 셀트리온제약(-4.92%), 셀트리온헬스케어(-4.37%), 삼성바이오로직스(-3.88%), 에이치엘비(-3.07%), 바이로메드(-3.01%) 등이 대거 폭락했다.

◆외국계 리포트발 악재, 올해만 벌써 4번…"공매도 위한 의도적 시세조종 의심"

외국계 리포트발 악재는 올해만 벌써 네 차례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2월 14일 외국계 증권사인 CLSA는 시총 상위 종목인 파라다이스를 겨냥했고 15~16일 주가가 4% 하락했다. 지난 1월 18일에도 도이치증권이 셀트리온 R&D 회계 비용 처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2거래일 연속 주가가 6%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해외IB 보고서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통상 외국계 증권사 연구원들이 국내 연구원보다 더 뛰어날 거란 믿음 때문에 국내 투자자들이 지나치게 '맹신'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셀트리온이나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공매도 대량 잔액 보유 상위 순위에는 모건스탠리, CS, 씨티그룹, 메릴린치, 골드만삭스 등 해외 IB들이 포진해있다. 공매도 물량을 많이 보유한 상황에서 셀트리온에 대해 긍정적인 리포트를 쓰기 쉽지 않을 거란 추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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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모건스탠리의 보고서와 사뭇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김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과도한 우려보다는 반도체 업체들의 견조한 이익 가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고 정면 반박했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도 골드만삭스의 매도포인트에 의문을 제기했다. 구 연구원은 "램시마(자가면역질환치료제)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8~9% 정도지만 분기마다 처방액이 늘고 있다"며 "최근 미국 FDA가 바이오시밀러 시장강화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하다는 판단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시세 조종 목적으로 '부정적' 리포트를 내는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하고 있다. 1월 골드만삭스의 셀트리온 매도 리포트 이후 1월19일 도이치증권의 셀트리온 공매도 대금은 1311억원으로 직전 거래일보다 두 배 가까이 확대된 바 있다.

지난 6월에도 골드만삭스가 불법인 무차입 공매도 의혹을 받았다.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은 20개 종목(138만7968주)에 대한 공매도 결제를 이행하지 않았고, 청와대 청원에 올라갈 정도로 개미투자자들의 공분을 샀다.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계 증권사가 매도 리포트를 낸 후 공매도 증가가 급증한 사례를 이미 수치로 확인한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경우 결국 피해를 보는 쪽은 개인투자자"라고 우려를 표했다.


손현지 기자 hyunji@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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