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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마이닝 열풍 '시들'…엔비디아 매출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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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마이닝 열풍 '시들'…엔비디아 매출 급락

가상화폐 채굴자 이용 고성능 그래픽카드 수요 예상보다 부진 탓

채굴 전용 엔비디아 고성능 GPU P102-100 탑재한 'GTX1080Ti' 모델. 자료=아이노비아3D이미지 확대보기
채굴 전용 엔비디아 고성능 GPU P102-100 탑재한 'GTX1080Ti' 모델. 자료=아이노비아3D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마이닝 열풍과 함께 지난 9개월간 누려왔던 엔비디아(Nvidia)의 '크립토 골드 러시(crypto gold rush)'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가상화폐 채굴의 수익률이 점차 떨어지면서 채굴자가 이용하는 그래픽카드 수요가 예상보다 부진해졌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그동안 고성능 게임기나 채굴기에 탑재되는 컴퓨터 그래픽스(CG) 전용 반도체 제조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기록해 왔다. 하지만 16일(현지 시간) 발표한 지난 2분기(5~7월) 결과에 따르면, 가상화폐 마이닝 반도체 관련 매출은 1800만달러(약 202억원)에 그쳤다. 당초 1억달러(약 1125억원)로 예상했지만 실제 결과는 5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엔비디아는 가상화폐 마이너(채굴자)가 사용하는 반도체의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줄어들면서 매출 성장을 억제했던 것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어 3분기(8~10월) 매출 전망 또한 시장 예상을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일시적으로 약 4%까지 하락했다.

그래픽 전용 반도체가 복수의 세밀한 계산을 동시에 해내는 데 뛰어나기 때문에 마이닝에 적합한 능력을 가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 몇 년간 수요는 꾸준히 상승했다. 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엔비디아를 비롯한 관련 업체들은 크립토 골드 러시를 맞이했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마이닝 열풍이 그래픽 전용 반도체 수요의 급증에 가장 많이 기여한 셈이다.

그러나 채굴자가 늘어나면서 전력 대비 채굴량은 갈수록 줄어들었다. 결국 고성능 그래픽카드의 비용도 뽑지 못할 지경에 이르면서 크립토 골드 러시는 서서히 시들기 시작했다. 특히 이러한 갑작스런 붕괴에 투자자들이 망설이면서 수요와 수익 급감으로 이어졌다. 동시에 최고가를 구사하던 그래픽카드 가격 경쟁도 불가피해졌다.

3개월 전 엔비디아는 1분기(2~4월) 마이닝 전용 반도체 매출이 2억8900만달러(약 3253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하며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지금은 "수요가 급속히 축소하여 70% 가까운 하락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심지어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엔비디아의 예상 하락폭도 너무 비싸게 불렀다고 지적했다.

한편 그래픽 전용 반도체 매출에서 고배를 마신 엔비디아지만 게임 및 데이터 센터 관련 사업에서는 여전히 호조세를 기록했다. 5~7월 게임 관련 사업 매출은 52% 증가한 18억달러(약 2조260억원), 데이터 센터 사업의 매출은 83% 증가한 7억6000만달러(약 8554억원)로 모두 애널리스트들의 당초 예상치를 웃돌았다. 전체 매출 또한 31억2000만달러(약 3조5116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1억달러(약 1조2380억원)로 전년 동기 5억8300만달러(약 6562억원) 대비 92%나 증가했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