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韓 해운·조선·정유업체, IMO 선박 황산화물 배출 규제 성장기회로 삼아야

공유
14

韓 해운·조선·정유업체, IMO 선박 황산화물 배출 규제 성장기회로 삼아야

[특별기획-세계의 환경규제] ⑦해운업계 황산화물(SOx) 배출 규제

국제해사기구(IMO)가 오는 2020년부터 세계 선박의 배출가스에 포함된 황산화물(SOx) 함유기준을 0.5% 이하로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국제해사기구(IMO)가 오는 2020년부터 세계 선박의 배출가스에 포함된 황산화물(SOx) 함유기준을 0.5% 이하로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류하영 기자]

유엔 전문기구인 국제해사기구(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IMO)가 오는 2020년부터 세계 선박의 배출가스에 포함된 황산화물(SOx) 함유기준을 기존 3.5%에서 0.5% 이하로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이 규제는 2020년 1월 1일부로 시행될 예정으로 앞으로 불과 1년 반밖에 남지 않았다.
코앞으로 다가온 황산화물 배출량 규제에 전 세계 해운업계와 조선·가스·정유업계가 대응책 마련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업계가 내놓은 대표적인 3가지 대응 방안으로 오염물질 배출 저감장치인 '스크러버(Scrubber)' 설치, 저유황유 사용, LNG(액화천연가스)연료 선박 제작이다.

■ 스크러버, 장기적 대응책으로서는 한계

스크러버는 투자자본수익률이 높다는 확실한 장점이 있다. 그러나 다수의 업계 전문가들은 스크러버의 높은 설치비용과 비교적 낮은 적용 가능성을 지적하며 효용성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

스크러버는 인위적으로 황 함유량을 최대 90%까지 낮출 수 있지만, 초기 투자비용으로 배 한 척당 평균 50억 원대, 최대 100억 원이 소요되며 추가 유지비도 발생한다. 게다가 설치기간인 6개월~1년 동안 선박 운항이 중단된다는 단점도 있다.

20년 이상의 노후 선박에는 설치한다 해도 운항 횟수가 적고 소형 선박에는 아예 설치조차 할 수 없다. 석유회사가 얼마나 중유를 더 생산해 낼지 모른다는 불안정성과 포집한 황 처리문제까지 더해져 스크러버가 과연 장기적인 대응책으로서 적절한지에 대한 회의적인 견해가 많다.

그러나 이런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스크러버를 선택하는 선주들이 늘고 있다. 스크러버 업계 국제단체인 EGCSA(Exhaust Gas Cleaning Systems Association)에 따르면 최근 1000여 척에 이르는 전 세계 선박이 IMO 규제에 대한 대응책으로 스크러버를 선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스크러버 장착을 시행하고 있는 대형 선주사들에는 노르웨이의 프론트라인(Frontline), 영국령 버뮤다의 DHT, 그리스의 스타벌크(Star Bulk)가 있다.

■ 현재는 저유황유 사용이 대세

일각에서는 저유황유 사용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스크러버 설치가 어렵더라도 저유황유 사용으로 규제 이행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영국계 조선·해운 시장 분석기관인 클락슨(Clarkson Research)과 OECD에 따르면, 현재 선박업계에서 가장 많이 선택되는 옵션 1순위는 저유황유 사용이다. 이어 2위가 스크러버, 3위가 LNG와 같은 대체연료 사용이다.

저유황유는 별도로 개발비용을 들이지 않고 정유사를 통해 연료를 수입하면 된다는 점에서 선사들에게 가장 손쉬운 방법이지만, 고유황유보다 50% 비싸기 때문에 큰 부담이 된다. 또 불안정한 공급으로 연료 가격이 높게 상승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규제가 시작되는 2020년 이후로는 더 비싸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가장 많은 선사들이 저유황유 사용을 채택하고 있다. 세계 1위 해운업체 머스크라인(Maersk Line)도 IMO 규정 준수방식에 있어 초기부터 '저유황유 사용'을 하겠다고 확고하게 밝힌 바 있다. 머스크의 CEO 소렌 스코(Soren Skou)는 "정유사가 유황을 제거한 연료를 만들어 선사들에게 판매하는 것이 선사들이 선박 위에 정유 공장을 세우는 것보다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1000여 척에 이르는 전세계 선박이 IMO 규제에 대한 대응책으로 스크러버를 선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료=EGCSA이미지 확대보기
최근 1000여 척에 이르는 전세계 선박이 IMO 규제에 대한 대응책으로 스크러버를 선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료=EGCSA


■ 떠오르는 화두, LNG 추진선


LNG(액화천연가스)는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 이산화탄소(CO₂), 미세먼지(PM) 등 오염물질의 배출량이 현저하게 적어 최상의 친환경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LNG를 선박 연료로 사용하는 경우, 타 연료에 비해 질소산화물은 90% 이상, 온실가스는 20% 이상 감축할 수 있다.

기존 선박을 개조해 LNG 엔진을 설치하는 경우는 개조 비용이 더 들어 비경제적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LNG 추진선은 신조 발주 시 고려되는 선택지가 되는데, 이 또한 높은 초기 투자비용이 필요하다. 게다가 LNG 엔진에는 가스 저장공간이 필요해 선가의 15~20% 정도의 추가 비용이 든다.

이 외에도 LNG 벙커링 인프라 부족, 예측 불가능한 LNG 가격, 메탄 슬립(연료 불연소로 메탄이 배기가스에 섞여 나오는 현상)으로 인한 연료 낭비 등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점이 남아있다.

하지만 이런 맹점에도 LNG 추진선으로의 인도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정부까지 나서 LNG 추진선 활성화 방안을 모색중에 있다. 지난 5월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LNG 추진선박 연관 산업 활성화 방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정부출연 연구기관과 기업이 손잡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7월 27일 한국기계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과 LNG 추진선 기술개발 협력을 위한 MOU 체결을 맺었다.

최근 정부가 LNG 추진선 발주를 위해 관련 산업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은 1월 3일 문재인 대통령이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방문해 쇄빙 LNG선 시찰 후 조선소 관계자들에게 격력사를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최근 정부가 LNG 추진선 발주를 위해 관련 산업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은 1월 3일 문재인 대통령이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방문해 쇄빙 LNG선 시찰 후 조선소 관계자들에게 격력사를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 해운·조선·정유 산업계 전망


사실 많은 해운사들이 IMO 규제에 대해 '선(先)관찰 후(後)결정' 방식을 채택했다. 타 기업들의 선례를 보고 가장 안전하면서 효율적인 방식을 찾겠다는 것이다.

해운사 입장에서는 비용 문제를 비롯해 장단점이 상이한 대안 간 비교가 어려워 신조 발주를 주저하는 상황이 이어져 왔다. 그러나 기존선박 개조의 비경제성과 15년 이상된 선박 비중이 전세계 선박 중 21%에 달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신조 발주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오랫동안 침체기를 겪어온 국내 조선업계가 빛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최근 조선사들에게 친환경기술개발과 LNG추진선 관련 수주가 증가하고 있다. 산업기술리서치센터는 "한국 조선사는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해 친환경 선박 발주의 수혜자가 될 것으로 보이며, 환경규제는 한국 조선산업에 호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산화물 규제 강화는 정유업계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저유황유 수요가 증가하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정유사들의 탈황설비 투자가 활기를 띠고 있다. SK에너지, 에스오일, 쿠웨이트 국영석유사 Al-Zour 플랜트 등 많은 정유사들이 탈황설비 개발을 통해 저유황유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정부도 LNG 추진선 발주 독려 및 관련 산업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LNG 수요도 대폭 증가할 전망으로, 가스업계에도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될지 기대된다.

무엇보다 당장 위기에 봉착한 해운업계의 행보가 주목된다. IMO의 규정을 준수하는 과정에서 해운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선사들의 역량을 고려한 합리적인 판단과 관련 업계와 협력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가 필요한 때다.


류하영 기자 hyryu@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