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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만 동동 vs 기지개… 남북경협 급물살에 은행권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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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만 동동 vs 기지개… 남북경협 급물살에 은행권 온도차

수은 측 “조만간 사업논의 만남 있을 것”
대북제재 여전해 시중은행은 참여 어려워

그래픽=오재우 디자이너이미지 확대보기
그래픽=오재우 디자이너
[글로벌이코노믹 석지헌 기자] 남북경제협력이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시중은행들은 대북제재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반면 남북협력기금을 관리하는 수출입은행은 조금씩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남북이 철도·도로 연결을 연내 착공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은행권을 중심으로 남북경협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북측 철로 사업비를 남북협력기금으로 집행하기로 하면서 수은이 분주해졌다.
이성준 수출입은행 남북협력총괄부 부장은 “구체적인 사업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조만간 사업과 관련해 실무자들이 만나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은은 1991년부터 통일부의 위탁을 받아 남북협력기금을 관리·집행하고 있다. 사업비 예산은 현재 1조977억원이다. 지금까지 총 14조1000억원이 조성됐고 13조9000억원이 지출됐다.

수은은 북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다. 그러나 수은도 마음놓고 지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남북협력기금이 집행되려면 대북제재를 가하고 있는 미국과 유엔의 사전 승인을 받는 등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 부장은 “기금 집행도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며 “사업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대북 제재를 우회하면서 추진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한 논의를 먼저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국민·신한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올해 대북제재가 해제되지 않는 한 철도·도로 연결 사업에 참여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북제재는 금융기관의 북한에 대한 금융 지원 및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은 일찌감치 남북경협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나 관련 조직을 만들었다. 현재 구체적인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어렵지만 향후 뒤처지지 않기 위해 북한의 금융환경 등을 분석·연구하고 하겠다는 것이다.
KB금융지주는 KB금융경영연구소 산하에 북한금융센터를 설치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은행, 카드 등 그룹사의 전략담당 부서장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마련했고 신한은행은 남북경협 맵(MAP)을 만들었다. 우리은행은 2016년 개성공단 폐쇄 이후 개성지점을 없애지 않고 입주 업체의 사후관리를 하고 있다. 또 대북제재 해제를 전제로 공익상품 출시도 준비 중이다. KEB하나은행은 ‘남북하나로금융사업단’ TF 발족을 준비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부분의 은행과 지주사가 남북경협 관련 TF를 만들고 북한에 참여할 사업을 계속해서 모색하고는 있지만 당장 제재에 묶여 사실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석지헌 기자 cak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