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지난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방문에서 채택된 '6·15 남북 공동선언'에도 "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도록 정중히 초청하였으며 김정일 위원장은 앞으로 적절한 시기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하였다"는 내용이 들어있으나 공동선언 조항에 직접 삽인된 것은 아니었다. 즉, 2018년 9월의 '평양선언'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답방이 보다 구체화 되어있고, 두 정상의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이러한 내용이 확인되었다는 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방문은 보다 현실성 있게 다가온다.
그러나 만일 10월의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에서 일정한 성과가 나오고 곧 이어 2차 미북정상회담이 실현된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답방은 보다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
임동원 전 국정원장은 2004년 한 포럼에 참석하여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1년 봄 서울방문을 '준비'했으나 미국 대선으로 2001년 출범한 새 정부가 자신들을 죽이려고 하는 데 서울에 어떻게 갈 수 있겠느냐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미국의 새 정부는 2001년 출범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1기 집권기이다. 당시 조지 W. 부시 정권은 민주당 대통령이었던 클린턴의 뒤를 이어 출범한 공화당 정권이었기 때문에 클린턴 집권 말기, 즉 2000년에 이루어졌던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의 방북과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가능성 등으로 조성되었던 일시적인 해빙무드를 일거에 거두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실제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자의 인수위원회에서 클린턴의 방북을 적극적으로 말렸다는 일화가 공개되기도 했다.
지금의 트럼프 대통령도 공화당 소속이지만 그간 민주당, 공화당 출신 대통령을 통털어 유일하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난 대통령이므로 미국과의 '대화'가 보다 큰 변수가 될 것이다. 이 변수만 극복한다면 북한 최고지도자의 서울 방문은 어느 때 보다도 가까워져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방문한다면 우선, 청와대 경호처가 주관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물론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적용하여 '경호처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범위 내가 될 것이 확실하고 경호처는 국가원수급에 준하는, 어쩌면 그보다 더 준비를 많이 하는 경호가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경호처의 지휘 하에 군과 경찰력이 동원될 것이다. 특히 경찰은 경호업무 일부 이외에도 김 위원장의 동선 외곽경비를 맡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는 보수단체의 시위 등도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에 경호처, 경찰, 그리고 군 모두에게 상당히 부담이 되는 '작전'이 될 것이다.
또한 여러 가능성이 있겠지만 김위원장이 가장 무난한 참매 1호를 이용한 서울공항 입경과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 투숙 등을 가정할 때 2박 3일을 기준으로 서울방문에 소요될 예산은 100억원, 또는 그 이상에 이를 가능성이 많다. 지난 북한 고위급 인사들의 방문에 소요되었던 비용은 통일부의 남북협력기금에서 충당해 왔다. 지난 평창올림픽 당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등이 방문했을 때는 총 2억4000만원이 집행되었다. 당시 대표단과 지원인력은 18명이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한다면 일단 방문단의 규모가 그 10배 이상에 이른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애스톤 하우스는 1박에 1500만원이지만 그 밖의 경호를 위한 숙소 배정 등에 상당한 예산이 투입될 것이다.
물론 이 정도의 비용보다는 김정은 위원장이 실제 서울을 방문하게 된다면 그 상징성은 훨씬 더 클 것이다.
임성훈 기자 shyim9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