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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에 소비재 가격 줄줄이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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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에 소비재 가격 줄줄이 인상

[글로벌이코노믹 김형수 기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물리자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매기며 맞대응하고 있다. 이번 3차 관세 부과 대상에 소비재가 다수 포함되면서 양국의 갈등이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미국은 최근 2000억달러(약 223조3000억원) 수준의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했다. 지난 7월과 8월에 이어 미 정부가 또 관세를 발효하면서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는 중국산 제품은 2500억달러(약 277조 8750억원)로 지난해 미국의 대중 수입액 5000억달러(약 555조7500억원)의 절반에 이르게 됐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25%의 관세를 물릴 계획이다.
중국도 보복에 나섰다. 중국은 발표했던 600억달러(약 66조9900억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 5200여 개에 5~10% 수준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대응책을 꺼내들었다. 최근 발표한 백서에서 중국은 “협력이 중국과 미국에 주어진 유일한 선택”이라며 “대화의 창구는 열려 있지만 목에 칼을 겨누고 위협을 가하는 상황에서 협상은 없다”며 미국을 거세게 비판했다.

이번 관세 부과 대상에는 식품, 의류, 가전, 가구 등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소비재가 대거 포함됐다. 업체들은 가격을 올리며 관세 인상에 따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P&G는 화장지와 키친타월 가격을 5%, 기저귀 가격을 4% 올렸다. 킴벌리클라크도 크리넥스 등의 가격을 2%가량 인상했다. 중국산 부품이 많이 들어가는 냉장고 등 가전제품의 가격 인상도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 가격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포드의 짐 해켓 최고경영자는 몇 일 전 블룸버그TV와 인터뷰를 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한 관세 때문에 포드는 10억달러(약 1조1155억원) 규모의 손해를 봤다”며 “포드가 철강재의 대부분을 미국에서 조달하고 있는 만큼 관세가 계속 부과되면 피해도 더 커지고 자동차 산업 전체의 가격 인상을 야기할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을 향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미중 무역전쟁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자 미국 내에서도 비판적 여론이 일고 있다. 토머스 도너휴 미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발표한 성명서에서 “미국 정부는 물가가 오르고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던 미국 소비자와 사업가들의 목소리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음이 명백해졌다”며 “양국은 협상테이블에 앉아 있어야 하며 미국은 동맹들과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미중 무역 전쟁이 한국 소비재 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양국의 보호무역 정책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통계청이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소비재 물가는 실제로 조금씩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95.50였던 키친타월의 소비자물가지수는 98.71를, 91.07이던 치약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달 96.12를 기록하는 등 일부 소비재 물가지수가 올랐다.
물가 상승에 대해 전문가들도 걱정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과)는 “글로벌 분업체제가 무너지면 국지적 생산 비용이 늘어날 게 뻔하다”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 소비재 가격 상승의 요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형수 기자 hyu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