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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치밀한 'EV 전략' 마무리 단계…경쟁력 갖춘 '충성기업'만 살아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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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치밀한 'EV 전략' 마무리 단계…경쟁력 갖춘 '충성기업'만 살아남아

과거 철강·석탄·태양광 패널 등에서도 동일한 전략 적용

중국 정부는 과당경쟁을 통해 EV의 가격을 인하함으로써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 왔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정부는 과당경쟁을 통해 EV의 가격을 인하함으로써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 왔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지난 몇 년간 중국에서는 당국의 강력한 지지를 등에 업은 수백 개의 업체들이 전기자동차(EV) 개발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최근 경쟁에서 뒤처진 수많은 업체들이 대기업에 흡수되거나 도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도태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과도한 정책이 빚은 결과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전체 산업의 발전 배경을 분석해보면 "이 모든 상황은 중국 정부의 치밀한 전략에 따른 전술의 한 부분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과당경쟁을 통해 EV의 가격을 인하함으로써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 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같은 전략은 과거 철강과 석탄, 태양광 패널 등 다양한 산업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었으며, "중국 입장에서는 성공적인 전략으로 평가되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EV 보급을 위한 우대 정책과 막강한 제조업의 파워를 활용해 EV 개발에서 세계 선두 지위를 확보하려고 노력해 왔다. 그로 인해 중국 업체의 EV 개발은 기존 자동차 대기업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설비 제조 업체와 전지 업체, 심지어 부동산 기업까지 다양한 업종이 우후죽순처럼 뛰어들었다. 그 결과 지난해 말까지 신에너지 차량(ENV) 소지자는 180만명에 달해 전 세계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공업정보화부는 지난 7월 전국 118개 업체가 설계한 NEV 디자인 중에서 권장 디자인 428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FAW그룹(이치자동차)과 지리(Geely) 지주그룹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다양한 디자인도 포함됐다. 이로써 당국의 1차적인 목적은 성공한 셈이다.

당국은 또 이미 2단계 전술에 접어들었다. 과잉생산과 무분별한 개발을 우려해 보조금과 각종 혜택을 줄이는 단계를 진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만약 보조금이 삭감되면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소규모 신생 기업들은 살아남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살아남은 업체들의 경쟁력은 크게 강화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치열한 경쟁 끝에 약자는 통합 또는 도태될 것이지만, 그 속에서 원석이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이러한 과당경쟁 전략은 EV에서 처음 시도된 것은 아니다. 중국은 종종 '전략적 공급 과잉'을 지렛대 삼아 경쟁력을 높여왔으며, 지금까지 철강과 석탄, 태양광 패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동일한 상황을 연출했다.
태양광 발전을 사례로 살펴보면, 정부는 과잉생산을 부추기기 위해 태양광 업체들에게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한 후 살아남는 업체들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시켰고, 이후 기존 에너지 업체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했다고 판단되자 보조금에 대한 의존을 줄여 자생력을 높여나갔다.

이러한 상황을 통해 다음 단계에서는 과잉생산 능력의 감소를 강요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결국 다음 타깃은 도태되어야 할 EV 업체들이며, 이들이 보유한 모든 기술과 능력은 살아남는 업체들에게 고스란히 흡수되어 글로벌 경쟁 업체들과의 싸움에서 능력을 발휘할 것이다.

그동안 중국의 EV 산업 발전 전략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이어졌다. 요약하면, 중공업 중심이었던 산업을 '쇄신'하라는 중앙의 압력 하에 지방 정부는 EV 기업의 육성에 힘을 쏟아왔지만, 비효율적인 기업에 대한 보조금에 의해 이미 시장이 왜곡됐다. 심지어 법망을 피한 다양한 수법으로 보조금을 악용해 막대한 수익을 갈취해온 사례까지 발견되면서, 과잉경쟁에 의한 피해는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중앙 정부의 치밀한 전략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전 세계의 경쟁 업체들은 중국의 무서운 전략에 몸서리칠 수밖에 없다.

실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이미 EV 산업의 맹목적인 확장을 규제할 강력한 방침을 표명한 상태이며, 설비 가동률이 80%에 못 미친 지역에 대한 생산 설비의 신설을 저지하는 한편, 보조금에 대한 심사 강화와 축소, 장래에는 폐지에 대한 가능성도 논의되고 있다. 그리고 경쟁에서 살아남은 업체들은 모두 당국의 의도에 충성하는 기업뿐이다. NEV의 급속한 확대는 시장의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정부가 이끈 결과이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전 세계 EV 업계는 한층 강화된 중국 EV 업체들을 상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