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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다이슨이 싱가포르에서 EV생산을 결정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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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다이슨이 싱가포르에서 EV생산을 결정한 이유는?

싱가포르 정부의 적극 지원과 거대 시장 중국 관문이라는 입지 때문

다이슨이 땅이 극도로 부족하고 평균 임금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인 싱가포르를 EV 생산 거점으로 결정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다이슨이 땅이 극도로 부족하고 평균 임금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인 싱가포르를 EV 생산 거점으로 결정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사이클론 진공청소기 등으로 알려진 영국 가전 대기업 다이슨의 창업자로 대부호인 제임스 다이슨이 싱가포르에서 전기자동차(EV) 제조공장을 건설할 계획을 발표하자 일부에서 놀라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싱가포르는 땅이 극도로 부족하고 평균 임금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실 싱가포르는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자동차가 약 40년 전 싱가포르 공장을 폐쇄하면서 실질적인 자동차 생산이 종료된 상태였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 마케팅 정보회사 JD파워는 "비용 기준이나 그 외, 자동차 공장이 전무한 것을 생각하면, 조금 놀라운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러한 업계 전문가의 의문을 뒤로하고 다이슨은 싱가포르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서플라이 체인(supply-chain)과 시장 접근성이 양호하고, 전문가를 쉽게 채용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초과 비용'에 대한 요인을 상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다이슨의 결단을 지지한 요인은 그 밖에 어떤 것이 있을까?' '강력한 라이벌인 미국 EV 선도업체 테슬라처럼 처음부터 세계 최대의 EV 시장인 중국을 공장 건설지로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이 두 가지 화두를 두고 다이슨의 싱가포르 공장 건설의 시비를 글로벌이코노믹이 검증했다.

▮ '高 비용' 대 '극진한 지원'


다른 세계 일류 도시와 비교해도 싱가포르의 평균 임금은 세계 최고 수준에 있다고 독일은행은 추산하고 있다. 또한 공업 용지는 적고 비싸며, 소비자 물가 지수도 세계에서 상위권에 랭크하고 있다. 하지만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엔지니어와 과학자 등 인재가 풍부한 것과 함께, 싱가포르 정부는 다이슨과 같은 기술 기업에 대한 극진한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최근 자국 경제 생산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제조업에 대한 생산성을 끌어 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하이엔드 브랜드나 자동화된 생산라인을 채용하는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가 내세운 지원책에는 연장 가능한 5년간의 세제 혜택과 비즈니스 효율 개선을 위한 프로젝트 비용의 30%를 커버하는 정부 보조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작은 시장 규모' 대 '중국의 관문'


EV를 싱가포르에서 제조한다 하더라도 실제로 싱가포르와 다른 동남아 지역을 달리는 다이슨 자동차는 극히 드물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정부는 일정한 기간에 자동차를 소유 및 사용하는 권리로 막대한 요금을 징수하고 자동차의 보유 대수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등 세계적으로 자가용을 소유하는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나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책적 배경에 대해 과거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싱가포르가 EV 지원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리고 싱가포르에서 개인이 소유하는 EV 수는 여전히 1자리에 머물고 있다. 동남아시아(중국 제외) 전체로는 올해 EV 판매 예상 대수는 불과 142대에 머물 것이라고 자동차 산업 시장조사기관 LMC 오토모티브는 전망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중국에서는 금년 판매 대수가 약 7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총 판매량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다이슨은 바로 이러한 배경 때문에 세계 유수의 취급량을 자랑하는 항구를 보유한 싱가포르에 공장을 두기로 했다. 공장에서 자동차를 완성한 후 1시간 이내에 EV를 중국이나 한국, 일본 등 주요 시장으로 출하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기존 발판' 대 '새로운 시장'


날개없는 선풍기나 공기청정기, 헤어드라이어 등의 제품도 취급하는 다이슨은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 고급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완전히 다진 상태다. 실제 지난해 성장의 70%는 아시아 시장에서 이끌었다. 또한 다이슨은 이미 싱가포르에 1100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연간 2100만대의 디지털 전기 모터를 생산하고 있으며, 싱가포르와 2개의 다리로 연결된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에도 생산 거점을 구축한 상태다.

이처럼 다이슨이 싱가포르에서 이미 일정한 발판을 구축하고 있다는 사실도 이번 결정의 주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다이슨의 EV 생산 거점 결정에 대해 "물론 놀랍지만,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의 중심으로 인근 국가에서 부품을 공급받기 용이하기 때문에, 첨단 자동차를 조립하고 생산하는 데 최적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한편, 싱가포르가 중국과 광범위한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으며, 관세 감축 대상 품목에는 다양한 종류의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도 다이슨의 결정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지적재산권 보호 문제도 고려했을 가능성도 있다. JD파워는 "싱가포르에서는 지적재산권이 엄격히 지켜지고 있어 확실히 장점으로 작용한다. 중국에 가면 그 문제에 관해서는 그렇게 안심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