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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의 퇴진, 유럽 경제에 미칠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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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의 퇴진, 유럽 경제에 미칠 영향은?

2016년 ASEM 정상회의에서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2016년 ASEM 정상회의에서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사진=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임성훈 기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021년 은퇴를 선언했다. 유럽의 각 언론들은 29일(현지 시간)부터 이 소식을 일제히 보도하면서 메르켈의 성과와 메르켈 이후를 전망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메르켈은 2005년 동독 출신으로서는 최초로 독일 총리에 취임하면서 올해로 13년째 장기집권하고 있다. 11년 7개월을 재임했던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수상보다 긴 유럽 최장수 여성 총리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2021년까지 집권하게 되어 15년을 넘길 것이 거의 확실하다.
기독민주당 출신으로 기독사회당, 사회민주당 등 좌파정당들과의 연정을 통해 집권을 거듭하여 ‘대연정’의 상징과 같은 인물이다.

메르켈이 집권하던 당시 독일의 경제는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태였다. 독일의 경제성장률은 거의 제자리 걸음이었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그녀의 집권 13년이 되는 올해 독일은 통독 이후 최저의 실업률을 기록하며 노동시장에서부터 다시금 독일 경제의 저력을 회복했다.

최근 미국과의 관세전쟁에서도 굳건하게 독일 경제를 지켜내고 있는 메르켈은 그러나 난민사태와 독일 국내정치에서 실패를 경험하며 퇴임 결심을 굳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의 주축국으로서 난민 유입문제를 풀어가는 데에도 항상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으나 난민 유입이 독일 국민 모두에게 환영받은 것만은 아니다. 여기에 헤센주 지방선거의 패배 등이 겹쳤다. 헤센주는 전통적으로 좌파 성향이 강한 지역이지만 그만큼 메르켈 자신이 정치적으로 공을 들였던 곳이기도 하다.

결국 정치적인 이유로 퇴진을 선택한 것인데 경제는 적어도 메르켈을 대신할만한 주자가 당장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특히나 난민문제와 경제를 모두 메르켈만큼 선방할 수 있을지는 큰 물음표가 던져질 수 밖에 없다. 또한 영국이 빠지는 유럽연합에서 유럽연합을 지키는 든든한 지원국으로서의 독일의 역할을 이끌 카리스마도 아직 누구에게서도 보이진 않는다.

이제 메르켈이 떠나면 누가 그 뒤를 잇느냐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아네그레트 크람프 카렌바우어 현 기민당 당 비서가 물망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메르켈의 라이벌 프리드리히 메르츠도 거론된다. 이들 중 누가 다음 독일 총리가 되든 간에 메르켈이 이 시점에서 비록 3년 후이지만 미리 사임을 선언한 것은 일종의 정치적 도박이라고 할만하다. 기민당과 기사당, 그리고 연정 파트너인 사민당이 모두 고전 중인 가운데 메르켈은 이반된 민심을 다시 돌려놓기 위한 마지막 선택을 한 것이다.
실제로 메르켈의 퇴임 발표가 있은 직후 독일 국민들은 메르켈에 대한 아쉬움을 진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로써 다음 총선에서 기민당이 다시금 집권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려는 메르켈의 정치적 의도는 분명해졌다. 다만 그 여운이 3년을 버텨줄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분명한 건 3년 후 메르켈이 떠나면 ‘여성이 집권했을 때 나라가 번성했다“는 유럽의 불문율이 분명 다시 도드라져 보일 것이다.


임성훈 기자 shyim9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