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EU, 사우디에 대한 무기금수조치 소극적 행보 '논란'

공유
0

EU, 사우디에 대한 무기금수조치 소극적 행보 '논란'

사우디 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현대식 모스크.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사우디 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현대식 모스크. 자료=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임성훈 기자] 자말 카슈끄지 사건의 여파로 국제여론이 사우디 아라비아에 등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사우디에 대한 무기 금수조치 등 제재에 적극적이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독일은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강력한 규탄성명을 내놓았으나 EU 전체적으로는 이번 사건에 대해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하는 데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지난 30일(현지 시간) 스트라스부르크 유럽의회에서의 연설에서 카슈끄지에 대한 애도의 뜻을 표하고 "EU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조사를 기다릴 것"이라며 "아직 많은 부분에 의문점이 많다"는 정도의 언급을 했을 뿐이다.
이러한 가운데 국제사회에서는 국제적인 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무기 금수조치와 같은 강력한 제재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분출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의 배후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거론되고 있는만큼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그리 두드러지지 않아 보인다.

이미 EU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해 지난 2008년에도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무기 수출과 관련하여 금수조치를 취했으나 실행은 각 회원국들의 자율적인 결정에 맡겼다. 즉 강력한 무기 금수조치의 실행은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까지 EU 회원국 중 사우디아라비아에 무기 판매를 금지하고 있는 나라는 독일이 유일하다.

EU 회원국들이 이처럼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무기 금수조치에 적극적이지 않은 데에는 첫째, 프랑스를 비롯한 회원국들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악화에 따른 경제적 악영향을 우려한 때문이고, 둘째로는 미국의 입장과는 달리 대이란 관계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강력한 동맹 역할을 해주는 데에 대한 기대감이 적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점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움직임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 공습을 시작하자 당시 스웨덴 외무장관이었던 마그리트 월스트롬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인권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예멘 공습을 비판하고 무기 수출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자 사우디 왕실이 나서 스웨덴 왕실에 사과를 요구하고 아랍연맹에서 연설 예정이던 알스트롬의 연설을 취소시키는 등 강력히 대응하여 현재까지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스웨덴의 관계가 좋지 않은 전례가 있다. 실제 사우디아라비아의 예멘 공습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으며 수천명의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하고 수백만 명이 굶주림에 시달리는 등 금세기 들어 가장 심각한 인권 유린 사태 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으나 이 실상마저도 외면하는 것이 냉엄한 국제정치의 현실이다.


임성훈 기자 shyim9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