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무역전쟁 맞선 日 자동차 업계의 '비장의 카드'는?

세단 → SUV 조립라인, 다시 소형차로 발빠르게 변형

기사입력 : 2018-11-05 11:01 (최종수정 2018-11-06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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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무역전쟁에 맞설 수 있는 일본 자동차 메이커의 '비장의 카드'는 조립라인의 변화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트럼프의 일방적인 무역전쟁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일본 자동차 메이커의 '비장의 카드'는 바로 트랜스포머와 같은 '조립라인의 변화'인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닛산자동차가 테네시 주 스미르나에서 운영하는 미국 최대 규모의 공장에서는 조립라인을 따라 직원들이 분주하게 녹색 또는 파란색 라이트를 확인하고 부품을 선별한다. 닛산은 이 시스템을 'pick to the light'라고 부른다. 신모델 설계 담당 디렉터인 라이언 풀커슨 씨는 "공장에서 생산되는 6종류의 자동차에 직원이 적절한 부품을 적용하는 것을 돕기 위한 것"이라며, "어떤 종류의 차량이 라인에 와도 해당 부품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종류의 자동차를 동시에 생산하는 조립라인의 설계는 수십 년 전부터 행해져 왔다. 그리고 현재 한 종류만이 아니라 다른 여러 종류의 모델을 적용해 "어떻게 원활하게 이동시킬 수 있을지"가 자동차 업계의 핵심과제였다. 왜냐하면 소비자의 관심이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으며, 그 속도가 점점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5년 내 소비자들은 전통적인 세단을 버리고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에 대한 지향을 급속히 강화해 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주도하에 휘발유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소형차의 인기가 부활할 가능성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는 세단에서 SUV로 변화했던 조립라인을 다시 소형차로 변형시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무역 마찰과 수입 관세는 많은 차를 여러 다른 나라에 수출하고 있는 업체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으며 ▲중국 시장의 판매 둔화 ▲미국 시장의 정체 ▲전면적인 무역 전쟁 발생의 우려 등이 업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한층 높이고 있다.

이러한 자동차 업계의 현실적인 배경에서, 일본의 주력 메이커인 닛산과 혼다, 도요타와 같은 업체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독창적이며 유연한 생산 체계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지금까지 일본 시장을 향한 1종류의 자동차로는 공장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공정이나 플랫폼을 호환 가능하도록 정성을 쏟아왔다. 하나의 조립라인에서 다양한 차체를 생산하려면 차량 설계 단계에서부터 용접 등의 사용 공구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협력 태세를 확립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결과, 일본의 조립라인에서는 어느 모델도 단기간에 소화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생겼다.

혼다가 4억 달러를 투자하여 2008년에 조업을 시작한 인디애나 주 그린즈버그 공장의 경우, 처음에는 '시빅 세단'을, 이후에는 시빅보다 소형인 '아큐라'를 제조해 왔다. 그리고 지난해 세단의 판매가 감소하고 SUV의 수요가 증가하자 곧장 소형 SUV 'CR-V'를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혼다는 이러한 변화를 실현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인간이 임기응변으로 움직이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밝혔다. 물론 자동화를 통해 생산을 가속화할 수는 있지만 "제조라인에 적용시킬 모델 변화의 속도가 가속화된 상태에서의 섣부른 시설 투자는 오히려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닛산의 스미르나 공장 또한 2개의 라인에서 1시간에 각각 60대를 마무리하면서, 8000여명의 직원이 세단과 SUV를 3종류씩 생산하고 있다. 이 중에는 인기도와 이익률이 높은 크로스 오버 SUV '로그'도 포함돼 있다. 스미르나 공장의 작년 생산 대수는 62만3000대, 가동률은 97%를 넘어섰다. 그리고 지금도 가동률은 90%를 웃돌고 있으며, 그 결과 자동차 공장의 가동률 채산 수준은 80%를 넘는다.

다만 지금까지 닛산은 미국 시장 판매용의 SUV '로그' 만큼은 여전히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었다. 이는 일본이나 한국 공장의 생산라인이 유휴 상태가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방책이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차에 부과할 관세 조치를 발표함에 따라 이마저도 불가피하게 됐다. 닛산의 북미 지역을 총괄하고 있는 데니스 르 보트(Denis Le Vot) 회장은 "닛산이 서플라이 체인(supply-chain)의 두절에 휩쓸려 로그의 수입분을 미국 내 생산으로 전환할 수 있을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물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자신감의 표현은 제조라인의 모델 변화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가능하다.

최근 들어, 이러한 일본형 자동차 조립라인의 장점을 따라잡기 위한 구미세력의 노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포드자동차의 미 켄터키 주 공장에서는 가장 잘 팔리는 일부 픽업트럭과 대형 SUV를 같은 플랫폼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올해 100%의 가동률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이 같은 현실을 단일 모델 의존의 위험성을 통해 깨달은 사실을 발표했다. 올해 1~9월 판매 대수가 26.5%나 감소한 세단 '크루즈' 만을 생산하는 오하이오 공장은 가동률은 30% 수준이며, 라인 변경은 1회에 머무르고 있다. 즉, 인기있는 픽업트럭을 생산하는 공장군은 풀가동하고 있지만, 승용차 1종류밖에 생산하지 않는 공장은 가동률이 상당히 낮아 비효율적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간파한 GM에게 있어 "일본 메이커를 벤치마킹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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