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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정부 vs 건설사 '으르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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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정부 vs 건설사 '으르렁'

국토부, 분양원가 공개항목 확대 추진 …규칙 개정 땐 공개항목 12개서 61개로

분양원가 공개를 놓고 정부와 건설업계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DB이미지 확대보기
분양원가 공개를 놓고 정부와 건설업계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DB
[글로벌이코노믹 윤진웅 기자] 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항목이 이르면 오는 2019년 1월부터 확대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정부와 건설사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분양원가 공개란 건설업체가 아파트 등의 공동주택을 공급할 때 공사 원가를 공개하는 제도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분양원가 공개항목을 확대하는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시행규칙이 개정될 경우 공공택지에서 공급하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의 분양원가 공개항목이 현행 12개에서 61개 이상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분양원가 공개항목을 늘리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참여정부 시절 분양원가 공개 제도를 도입해 공공주택의 경우 61개, 민간주택은 7개의 항목을 공개한 바 있다. 이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공주택의 원가 공개항목은 12개로 줄었고 박근혜 정부 때 전 항목을 제외하기도 했다.

현재는 공사비(5개)와 택지비(3개), 간접비(3개), 기타비용(1개) 총 12개 항목이 다시 공개되고 있지만 내년 확대가 시행되면 공사비(13개), 건축(23개), 기계설비(9개) 총 45개가 더해질 계획이다.

이러한 정부의 결정에 일부 시민단체는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입장이다. 이들은 주거 안정 목적인 공공주택 사업에서조차 건설사들이 원가보다 더 많은 금액을 부풀려 소비자에게 판매했다며 거품을 걷어내기 위해 항목을 확대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분양원가 공개는 주택공급 구조를 공급자 위주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바꿀 수 있는 개혁의 전환점"이라며 "분양원가 공개항목 확대와 더불어 세부자료까지도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첨언했다. 또 선분양하는 아파트까지 분양원가를 상세히 공개할 것도 요구했다.

정부는 이번 개편이 ‘집값 안정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건설사가 공사비를 부풀려 분양 가격을 주변 시세보다 높게 책정하는 것을 방지해 거품이 빠지면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수 있고 저렴한 가격의 새 아파트 등장은 주변 집값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건설업계는 공개항목 확대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원가 목록에는 원가는 물론 자재비, 인건비, 설계명세서 등이 포함돼 있다. 이는 곧 기업의 영업기밀인 셈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비용 절감도 회사의 경쟁력인데 그걸 마치 불법적인 이익을 남긴 것처럼 오해를 불러 일으킨다"며 "자유시장주의와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항목별로 원가를 따지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분양가를 낮추는 데 효과가 없다"고 첨언했다.

뿐만 아니라 공개항목 확대는 결국 주택공급 위축을 불러와 시장의 불안요소가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급이 줄어 집값이 상승하는 역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택 전문가들 역시 공급 감소가 될 것이라는 의견에 "정부가 공공택지 분양 원가를 공개하면 건설사가 공공택지 입찰에 참여하지 않게 된다"면서 "결국 공공주택 공급이 줄어드는 역효과가 나올 수 있다"며 무게를 실었다.

이에 공개제도를 찬성하는 집단에서는 "올해 사상 최대 입주물량이 쏟아지고 있고 내년에도 많은 양이 대기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공급부족 현상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는 "가격을 통제하기 위해서라면 분양가 상한제를 통해 충분히 분양가를 조절할 수 있다"면서 "'당분간' 공급부족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됐다"고 조언했다.

다른 건설사들도 "이윤을 내서 욕을 먹는 사업이라면 참여할 이유가 없다",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자료와 실제 자료가 다를 수도 있다"며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분양원가 공개제도는 집값을 잡는 방법 중 하나로 여겨졌다. 매번 집값 상승 시기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락세를 보이는 현 상황에 분양원가 공개가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한편 경기도는 지난 9월부터 계약금액 10억원 이상 공공건설공사 원가를 도 홈페이지와 경기도시공사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이에 뒤따라 박원순 서울시장도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시행한 사업의 분양원가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윤진웅 기자 yjwdigital@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