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의 대표적인 사회주의 국가인 베네수엘라의 국경지대 주유소에서는 항상 휘발유를 사기 위한 차량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한때 베네수엘라에서는 국영 석유사 'PDVSA'의 관대한 보조금 덕분에 1㎏의 치즈 가격으로 휘발유 탱크를 2만 회나 채우는 것이 가능했다. 한 건의 밀수만 성공해도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는 이유로 밀수 업자들은 줄을 지었다.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일량 200만 배럴(bpd) 이상의 원유를 생산했지만 올해 9월에는 140만 배럴까지 떨어졌다. 베네수엘라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일 평균 산유량은 153만 배럴에 그쳐 약 7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2013년 마두로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베네수엘라 경제는 절반 이상 축소됐다. 국제 유가가 무너지면서 수출의 90% 이상을 차지했던 석유의 매출이 감소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시절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았던 유가는 마두로 대통령 취임한 이후 20달러 선까지 폭락했으며, 유가 폭락으로 수출량이 급감하면서 대체산업이 턱없이 부족했던 베네수엘라의 재정은 완전히 쪼그라들었다.
이 모든 상황이 석유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았던 탓이다. 생필품과 식량, 의약품을 들여올 외화도 없었고, 이를 만들 능력도 부족했다. 그 결과, 그동안 정부로부터 탄탄한 수혜를 받았던 국민들조차 국가를 버리고 이민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지금까지 인구의 약 10%에 해당하는 300만명이 해외로 이주했다. 그 대부분이 지난 3년 이내에 베네수엘라를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베네수엘라 정부는 현재 카라카스와 발렌시아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과거 공급량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나마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까지 회복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부의 발표와는 반대로, 국민들은 늘 차량을 사용했던 생활 습관마저 변화를 강요당할 정도라고 호소하고 있다. 실제 수십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도 차량을 이용하지 못하는 등 연료 부족 사태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