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칼럼] 장관과 대기업의 '간담회'

기사입력 : 2018-11-19 08:46 (최종수정 2018-12-11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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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김영인 편집위원]
여러 해 전, 대한민국의 어떤 장관과 30대 그룹 대표의 ‘간담회’가 있었다.

그런데 당시 보도에 따르면, 좌석 배치가 좀 희한했다. 각 그룹 대표의 ‘지정석’이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끌고 있는 그룹 대표들은 ‘자기 자리’를 찾아서 앉아야 했다.

간담회가 끝나고도 할 일이 더 있었다. ‘사진촬영’이었다. 대한민국의 장관과 모처럼 만났으니 ‘증명사진’으로 현장을 기록해놓아야 하는 것이다. 그럴 필요가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사진 찍는 데에도 ‘서열’이 있었다. 10대 그룹 대표는 앞 줄, 나머지 그룹 대표는 둘째 줄과 셋째 줄에 서서 사진을 찍어야 했다. 장관의 자리는 당연히 ‘중심’이었다.

기념 촬영을 하는 그룹 대표들의 행동마저 똑같았다. 하나같이 오른쪽 주먹을 불끈 올려 쥐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었다.

‘군사정권’ 시절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런 식이었다.

‘기념촬영’은 간담회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었다. 그룹의 대표들이 업계의 어려움을 털어놓고 해결책을 호소하기는 아마도 어려운 간담회였을 것이었다. ‘대한민국의 장관’이 업계의 얘기를 경청했을 만한 자리도 아니었을 듯했다.

문재인 정부는 달라질까 싶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경제단체’에까지 ‘서열’을 매기고 있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대한상의 회장단과 가진 ‘조찬간담회’ 때였다. 장관은 이 자리에서 “대한상의가 경제계의 맏형”이라고 강조하고 있었다. “대한상의가 경제계를 대표하는 정책 파트너로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기는,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비슷한 발언을 했었다. “대한상의가 우리나라 경제계의 진정한 단체”라고 한 것이다. 문 후보는 “전경련은 더 이상 경제계를 대표할 자격과 명분이 없다”면서 대한상의를 높여주고 있었다.

물론 그럴 만은 했다. 전경련은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이후 그 위상이 추락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영자총협회도 다르지 않다. 문재인 정부 들어 예전의 경총과는 사뭇 멀어지고 말았다. 부회장이 ‘문제 발언’ 때문에 물러나고, 고용노동부는 경총에 대한 감독을 하고 있다.

대기업을 마치 ‘돈줄’ 취급하는 ‘적폐’도 달라지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대한민국 장관’과 ‘대한민국 국회’가 15개 대기업 임원들을 불러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출연하라고 요청했다는 게 그렇다. “정권이 바뀌어도 재판에 세우지 않겠다”며 출연을 압박했다고 한다.

강요한 게 절대로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받아들이는 대기업 입장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 참석자 명단마저 일방적으로 정해서 통보했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기업들은 장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고, 국내에서는 법인세 인상∙이익공유제∙근로시간 단축 등 장사를 어렵게 하는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노조는 목소리를 한층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특정 대기업을 제외한 상장기업들의 순이익은 벌써부터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내년 경제는 올해보다도 나쁠 것이라는 전망이 국내외에서 쏟아지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할 일은 따로 있다. 기업들이 보다 편하게 장사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김영인 편집위원 young@

김영인 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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