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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성장주 '퇴색', 가치주는 '각광' …애플·페이스북·골드만 등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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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성장주 '퇴색', 가치주는 '각광' …애플·페이스북·골드만 등 폭락

폭락 증시, 유럽에서 미국으로 …美 경기침체론 솔솔

성장주 붐의 그늘에서 그동안의 주가를 주도했던 IT 업계의 인기 '성장주'가 퇴색하고, 뒤를 이어 '가치주'가 갑자기 각광받기 시작했다. 자료=NYSE이미지 확대보기
성장주 붐의 그늘에서 그동안의 주가를 주도했던 IT 업계의 인기 '성장주'가 퇴색하고, 뒤를 이어 '가치주'가 갑자기 각광받기 시작했다. 자료=NYSE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그동안 글로벌 증시를 주도했던 IT 업계의 인기 '성장주'가 퇴색한 반면에 '가치주'가 각광받고 있다. 애플과 페이스북, 골드만삭스 등은 연이어 폭락장을 맞고 있으며, 그로 인해 전체 주식 시장 침체와 함께 경기마저 둔화되는 양상이다. 게다가 2019년 뉴욕 S&P500 지수를 중심으로 경기침체론도 나오고 있다.

가치주는 일반적으로 기업의 근본적인 가치가 현재 주가에 반영되지 않은 주식을 말한다. 세계적으로 주가가 급락한 10월 초 이후 유럽에서는 가치주가 성장주를 아웃패싱하고 있다. 미 하이테크 대기업이나 유럽의 고급 브랜드 대기업 등 고성장을 자랑하던 기업은 과거 10년간 중앙은행이 실시한 초금융완화에 의한 혜택을 톡톡히 받아 왔다. 대조적으로 가치주는 저렴화의 일로를 걷고 왔는데, 최근 일부에서 매수 호기가 찾아오고 있다. 떠오르는 '가치주'와 저물고 있는 '성장주'의 대표적인 사례를 통해 2019년 글로벌 경제를 진단한다.

<편집자 주>


▮ 향후 성장주보다는 가치주에 대한 기대 '커'...이유는?

투자자는 내년을 향해 은행, 건설, 자동차, 통신 등의 종목을 물색하고 "주가가 현금 흐름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다른 주가 지표도 과거 평균을 밑돌거나 업계 전체에서 일탈하지 않을까" 눈을 번뜩이고 있다.

미국 투자법인 브랜디스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Brandes Investment Partners)의 루이즈 소에르브롱(Luiz Sauerbronn) 이사는 "지난 10년 동안 가치주가 두각을 나타낸 적은 유럽에서만 몇 년 있었지만 올해 10월 이후에는 상황이 계속 호전됐다"며 "지금까지는 하이테크주와 성장주 일색이었는데, 10년을 거쳐 드디어 재미있어졌다"고 말했다.

이를 반증하듯, 세계 주식 시가 총액은 10월에 한때 7조달러나 줄었지만, 유럽 가치주 'MIEU0000VPEU'의 하락률은 4.3%에 그쳤다. 이에 반해 유럽 성장주 'MIEU0000GPEU'는 6.5% 하락해 2015년 8월 이후 최악의 행보를 보였다. 그리고 11월 들어서도 가치주의 성장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다만 여전히 유럽의 성장주는 2009년 저가로부터 약 150%까지 상승하고 있는 반면, 가치주의 상승률은 100%에 그쳤다. 이를 역으로 해석하면, 가치주의 성장동력이 성장주보다 더욱 크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소에르브롱 이사는 "그동안 성장주는 제로 금리의 혜택을 받아왔다"며 "이러한 혜택이 영원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향후 성장주보다는 가치주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이처럼 가치주의 성장이 유럽에서 두드러진 이유는 ▲영국의 유럽연합(EU) 이탈 ▲이탈리아의 재정 문제 ▲미중 무역마찰에 따른 정치적 리스크 염려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지면서 전 세계적인 여파가 가장 많이 몰아쳤기 때문이다. 그 결과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회의(APEC) 정상회의는 처음으로 정상선언의 합의조차 이루지 못한 채 폐막됐다.

무역이나 투자를 둘러싼 미중의 깊은 골이 더욱 선명해졌으며, 전 세계에 몰아칠 경제 한파는 더욱 심각해진 셈이다. 그리고 이러한 불확실성은 외국계 증권사와 투자자들의 환매 자세로 이어지고 있다. 그 결과 지난 10년 동안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혜택을 받아왔던 애플과 페이스북, 구글 등 IT 기업들에 대한 핍박이 유럽에서 가속화 되고 있며, 최근에는 미국으로 상륙해 뉴욕 증시를 뒤흔들고 있다.

▮ 폭락 증시, 유럽에서 미국으로…애플과 골드만 '직격'


지난주 초(현지 시간 12일) 미국 주식시장은 대폭 하락했다. 다우와 나스닥은 2% 이상, S&P500도 2% 가까이 하락세를 맞이했다. 이날의 하락으로 뉴욕증시의 3대 주가 지수인 다우존스와 나스닥, S&P500 지수는 모두 1주일 전 미국 중간 선거 후 상승분을 모두 잃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애플과 골드만삭스 등 하이테크 주식과 금융주의 매도세가 한몫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애플은 아이폰의 수요 침체와 함께, 전용 부품이나 부재재를 공급하는 주요 공급 업체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해 구설수에 올랐다. 당시 전문가들은 테크놀로지 부문에서 가장 중요한 제품군 중 하나인 아이폰 수요 침체의 징조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태의 발단은 아이폰 3D센서 부품공급업체인 루멘텀홀딩스에서 시작됐다.

미국 광학 부품업체 '루멘텀 홀딩스(Lumentum Holdings)'는 3D 센싱용 레이저 다이오드의 주요 납품처인 1개사에서 과거의 주문에 대해 출하량을 대폭 절감하도록 요청된 것을 이유로, 10~12월(美 회계연도 2분기)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고객 이름은 밝히지 않았지만 루멘텀의 최대 고객이 애플이라는 점과 실적 전망까지 조정할 정도의 대규모 주문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대상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진 12일 루멘텀의 주가는 사상 최대의 인하폭인 33%까지 하락한 이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날 애플 또한 5% 하락세로 거래를 마쳤으며, 루멘텀이 매수할 예정인 '오클라로(Oclaro)'도 12% 감소해 4월 이래 최고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웰스파고(Wells Fargo)의 애널리스트 애런 레이커(Aaron Rakers)는 고객용 리포트에서 "루멘텀의 최신 전망은, 애플로부터 주문이 최대 30% 삭감된 것을 반영한 것"이라며, "투자자는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카고 루프 캐피털 마켓(Loop Capital Markets) 또한 "출하 삭감을 요구한 고객이 애플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애널리스트 제임스 키스너(James Kisner)는 조사 보고서에서 "전혀 예상 밖의 결과는 아니다"며 "3D 인식과 관련된 광원 및 기타 부품 시장은 내년, 종래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작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루멘텀과 오클라로 외에도 애플 관련 종목들은 일제히 하락세를 기록했다. 애플에 아이폰용 오디오 하드웨어 제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 '시러스 로직(Cirrus Logic)'은 14%나 급락했으며, 핵심 공급 업체인 '코보(Qorvo)'와 '브로드컴(Broadcom)', '피니사(Finisar)'는 각각 6.4%와 5%, 4%씩 하락했다. 게다가 애플 관련 종목 하락세의 영향으로 반도체 종목이 일제히 매도세로 돌아서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4.4% 하락한 채 마감했다.

이러한 유럽발 성장주의 몰락이 미 동부 대륙을 강타하면서 그 영향은 고스란히 글로벌 투자기관으로 이어졌다. 이날 골드만은 7.5% 하락했으며, S&P500의 주요 11개 부문 중 '정보 기술 지수(SPLRCT)'와 '금융 지수(SPSY)'가 최대의 걸림돌로 작용해 각각 3.5%와 2.0%씩 하락했다. 이어 국제 유가 하락에 따라 그동안 상승했던 '에너지 지수(SPNY)'도 하락세로 돌아서며 낙폭을 확대했다.

▮ 주말로 이어진 폭락장, 페이스북과 엔비디아로 이어져


주초에 시작된 뉴욕 증시에서의 성장주 폭락은 주말로 가면서 엔비디아와 페이스북으로 이어졌다. 마지막 장인 금요일(현지 시간 16일), 엔비디아는 18.8% 하락한 채 종료했다. 전날 장 마감 후 발표한 3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을 하회했고, 4분기 매출 전망 또한 시장 예상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모든 사태의 주범은 가상화폐 마이닝 붐이 종식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페이스북 또한 3.0% 하락한 채 마감했다. 2016년 미 대선 당시 러시아 개입 의혹 등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위해 외부 기업을 채택했다는 외신의 보도를 받아 규제상의 조사에 직면할 우려가 다시 부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폭락이 단순한 이슈와 스캔들만을 이유로 하고 있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따른다. 유럽과 마찬가지로 IT 업계의 인기 성장주가 퇴색한 것이 첫 번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7월 25일 217.40달러로 52주 최고점을 찍은 페이스북의 주가는 이후 지속 하락해 지난 주말 137.77달러까지 하락했다. 이는 무려 35%가 넘게 떨어진 것으로 시가 총액도 100여일만에 2000억달러가 넘게 줄어들었다. 이로써 이번 폭락 사태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반증할 수 있다.

▮ 내년 규제 강화 우려, 美 경기침체 가능성 ‘급상승’


내년부터 시작되는 새 의회에서 하원의 금융서비스 위원장에 취임이 예상되는 민주당 맥신 워터스(Maxine Waters) 의원은 금융 산업의 규제 강화를 요구할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은행의 자기자본과 유동성 기준 완화를 위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노력에 우려를 나타내며, "FRB는 대형 은행을 엄격하게 감독해야한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결국 이러한 소식이 악재로 작용해 S&P 금융 지수(SPSY)와 은행 지수(SPXBK)는 동반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어 아이폰 판매 부진에 대한 염려와 함께 애플의 하락세도 가속화 되는 등 하이테크 주식이 일제히 압박받은 결과, S&P 정보기술 지수(SPLRCT)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2019년을 맞이하는 전망만으로 성장주들의 고난은 시작된 셈이다. 그리고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서 "내년부터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상승하고 있으며, 그 결과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도 급상승하고 있다. 심지어 이전과 달리 연말을 앞둔 금융주의 매도세는 이미 시작된 상태다. 미국 증시를 지탱하던 성장주의 몰락과 금융주의 둔화 등 총체적 난국에 접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이 어떤 반격으로 펼쳐질 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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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