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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갑(甲)질기업 남양유업의 0% 억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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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갑(甲)질기업 남양유업의 0% 억울함

조규봉 생활경제부장
조규봉 생활경제부장
[글로벌이코노믹 조규봉 생활경제부장] 세상천지에 100%로 완벽한 가공식품이 존재할까? 로봇도 불가능하다. 특히 먹거리의 경우 온도와 주변 환경 등으로 인해 변화가 잦다. 당연히 불량품이 존재할 수 있다. 식음료업체들이 이물질 제로화에 아무리 힘써도 10% 남짓의 이물질은 어쩔 수 없이 나타난다. 아기가 먹는 분유도 마찬가지다. 우리 아기가 먹을 것이니 조금더 특별하게 만들어진 분유를 엄마들은 선호한다. 일반분유와 영양성분이 똑같은 산양분유는 프리미엄 마케팅으로 인해 값이 일반 분유보다 훨씬 비싸다. 그런 비싼 분유에서 이물질이 나오거나 방사능물질이 나왔다는 것은 그야말로 공포다. 물론 아기건강에는 이상이 없다. 검사방법이나 기준치 등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발표가 업계와 소비자들을 이간질 시키는 것이다. 그래도 소비자들 입장에서 꺼림칙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업체들이 100% 혹은 0% 마케팅에 더 유난을 떨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서규용 전 농림부 장관은 장관이 되기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했다. 서 장관으로 말할 것 같으면 충북의 아들이다. 서 장관은 1972년 제8회 기술고등고시에 합격한다. 이후 1990년 농림수산부 농산과장, 1996년 농림수산부 농산정책심의관, 1999년 농림부 식량생산국장, 차관보를 거쳐 2001년에는 제16대 농촌진흥청 청장을 지냈다. 이후 2002년 제42대 농림부 차관에 임명 됐으며 2011년 06월부터 2013년 03월까지 제60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했다. 현재는 충북발전정책연구소 이사장이자 식품안전국민운동본부 회장으로 국민 먹거리 안전에 한쪽을 담당하고 있다.
충청도에서 태어나 농림부 장관에 이르기까지 서장관의 면면은 화려함 그 자체다. 그런 그에게도 숨길 수 없는 굴욕은 있다. 자격을 심사하는 농림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서 장관은 국회의원들의 질타(쌀직불금 의혹)에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이 살아왔다”고 자신의 청렴결백함을 주장했다. 자질을 심사하는 국회의원 입장에서야 당연히 작은 것도 크게 부풀려 장관 내정자를 흠짓낼 수밖에 없는 역할을 한다. 다만 귀에 거슬렸던 건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다는 그의 말이었다. 서 후보자의 민망한 발언에 의원들은 더 거칠게 서 내정자를 몰아세웠다. 해당 발언으로 유일하게 인사청문회 낙제점을 받았다.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도 서 내정자 '감싸기'를 포기했다. 청문회가 끝난 후 서 내정자는 의원회관 국회의원실을 일일이 들러 해당 발언을 사과하면서 위기를 모면했지만, 그마저도 사과를 안 받아준 의원들이 많았다. 다만 MB의 보은으로 가까스로 농림부 장관에 임명됐다.

지난 일을 들춰서 충북의 아들을 또 한번 망신 주려는 게 아니다. 최근 분유업계 0% 마케팅을 보니 서 장관의 일화가 주마등처럼 스쳐서다.

남양유업은 얼마전 코딱지 분유로 곤혹을 치룬 바 있다. 남양유업이야 원조 갑(甲)질기업으로 워낙 유명한 기업이다. 대리점 밀어내기 갑질은 우리 사회의 갑질 문화를 이끌어내고, 을(乙)의 눈물을 알리는 데 충분히 기여했다. 물론 남양유업 입장에서야 제살을 깎아 제삿상에 음식으로 올려놓는 아픔을 겪었지만, 이후 상당부분 밀어내기 갑질이 없어졌다. 아쉬운 건 회초리를 들 때 뿐이었다. 지금도 남양유업의 대리점 갑질은 여전하다. 구조상 대리점에 밀어내기를 하지 않으면 대리점도 본사도 매출이 깎이기 때문에 어떻게해서든 밀어낸 후 매출을 높이고 인센티브를 받아야 한다. 그게 반복되다 보니 곪고 곪는 것이다.

어쨌든, 분유에서 코딱지가 나왔다는 황당한 소비자 클레임에 억울한 남양유업은 출입기자들을 데리고 직접 분유공장의 생산 설비시설을 둘러보게 했다. 그러면서 어디에서도 이물질이 혼입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을 강하게 어필했다. 자동화 설비는 이물질을 0%에 가깝게 잡아준다고도 강조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비자들의 클레임에 억울해서 강한 표현이 나온 것으로 이해는 하겠다만, 0%라는 것이 세상에 존재할까 하는 것이다.

한점 부끄럼없는 사람이 없듯 가공식품에 0%란 존재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한점 부끄럼없는 사람으로 얘기한 그는 지금 당시를 회상하면 매우 부끄러울 것이다. 민망하기도 할 것이고. 인두겁을 쓰지 않았다면 대다수의 천성(天性)이 원래 그렇다. 남양유업은 그런 천성도 없는 기업처럼 느껴지는 것은 갑질의 주홍글씨 때문일 것이다.


조규봉 생활경제부장 ckb@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