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칼럼] 술 취한 청와대

기사입력 : 2018-11-25 06:05

  • 인쇄
  • 폰트 크기 작게
  • 폰트 크기 크게
공유 7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구글플러스 공유하기




left
[글로벌이코노믹 김영인 편집위원]

빙허 현진건(玄鎭健∙1900~1943)은 술을 독특하게 마셨다.

술이 약한 사람과 함께 마실 때는 ‘삼소오의(三少五宜) 원칙’을 적용했다. 3잔은 너무 적으니까 5잔까지만 마시자며 술집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마시다 보면 5잔으로는 아무래도 부족할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는 슬그머니 ‘칠가(七可)’를 끼워 넣었다. 7잔까지는 괜찮다며 더 마시자고 했다.

그러다가도 9잔이 되면 ‘구월불가(九越不可)’였다. 9잔을 넘으면 안 된다며 “그만 마시자”며 일어섰다.

그렇다고 그것으로 술자리를 끝나는 게 아니었다. 장소를 옮겨 다른 술집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2차’를 하면서도 그 술집에서는 다시 ‘구월불가’였다. 한 술집에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9잔까지였다. 9잔을 절대로 넘기지 않았다.

사람들은 왜 술을 마실까. 술을 ‘망우물(忘憂物)’이라고 했으니 어쩌면 시름을 덜기 위해서 마시고 있다.

그렇지만 술 마시는 이유는 ‘무지’ 많다. 작가 채만식(蔡萬植∙1902~1950)은 이렇게 썼다.

“배 부르자고 먹는 술, 술 먹는 멋으로 먹는 술, 울분할 때 흥을 돋구자고 먹는 술, 외입할 준비공작으로 먹는 술, 술 먹고 지랄하자고 먹는 술, 그리고 그냥 술이 먹고 싶어서 먹는 술….”

이처럼 퍼마시는데 취하지 않을 재간은 없다. 그 취하는 데에도 4가지 단계가 있다고 했다.

① 해구(解口) 단계. 입이 풀리는 단계다. 말실수를 하게 된다. ② 해색(解色) 단계. 색에 대한 자제력을 잃는다. 천하의 추녀도 ‘양귀비’로 보인다. ③ 해원(解怨) 단계. 도가 넘으면 끝장을 본다. 물건을 깨거나, 주먹질을 한다. ④ 해망(解妄) 단계. 의식을 잃는다. 인사불성이 된다.

‘탈무드’는 술 마시는 4가지 단계를 짐승과 비유하고 있다.

“① 처음 마시기 시작할 때에는 ‘양’같이 온순하고 ② 조금 더 마시면 ‘사자’처럼 사납게 되고 ③ 더 마시면 ‘원숭이’처럼 춤추거나 노래를 부르며 ④ 더욱 많이 마시면 ‘돼지’처럼 추해진다. 술이란 것은 ‘악마가 인간에게 준 선물’이기 때문이다.”

술을 너무 마시다가는 술에게 먹힐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마시지만(初則人呑酒), 그 다음에는 술이 술을 마시고(次則酒呑酒), 마지막에는 술이 사람을 삼킨다(後則酒呑人)”고 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술이 사람을 삼키는’ 불상사가 여럿 생기고 있다.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은 당기윤리심판원에 회부되고 있다. ‘현직 판사’도 음주운전이 적발되면서 조사를 받고 있다.

서울 홍제동에서는 만취된 40대 주민이 70대 아파트 경비원을 폭행했다가 결국 숨지게 하고 있다. 일명 ‘윤창호법’도 생기고 있다.

심지어는 청와대에서마저 ‘음주 사건’이 연거푸 일어나고 있다. 김종천 의전비서관이 청와대 근처인 청운동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되고, 청와대 경호처 공무원은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 술집에서 만취한 상태로 시민을 폭행하고 있다. 출동한 경찰관에게 욕설을 퍼붓고 폭행하기도 했다는 소식이다.

청와대의 ‘음주 사건’은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술이 사람을 삼키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자칫 나라를 먹어치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랏일까지 취해서 비틀거리면 ‘주탄인(酒呑人)’이 아니라 ‘주탄국(酒呑國)’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김영인 편집위원 young@

김영인 기자(데스크) young@

오늘의 핫 뉴스

실시간 속보

금융 최신기사

데스크칼럼 많이 본 기사

가장 많이 공유 된 기사

생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