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행동주의 펀드, 증시지형 바꾼다

‘먹튀’ 이미지보다 주주가치 제고 전면등장
사모펀드 규제완화로 유리한 환경 조성

기사입력 : 2018-11-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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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최성해 기자]
한국형 행동주의 펀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주주가치 제고 쪽으로 증시의 지형이 달라질지 관심사다.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지침)시행과 맞물려 그 파괴력은 더 크다. 제도적으로도 사모펀드 규제완화가 단행되는 등 안팎으로 한국형 행동주의펀드에 유리한 시장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KCGI 한진칼 지분 9% 매입…행동주의 펀드 증시에 파격 데뷔

행동주의 펀드가 증시에 전면으로 등장했다. 타깃은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이다. 이 회사는 조양호 회장 등 오너일가가 갑질 및 배임횡령논란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난 15일 공시를 통해 한진칼 지분 9.0% 보유했다고 밝혔다. 임원 선임, 해임 또는 직무정지, 이사회 등 회사의 기관과 관련된 정관의 변경, 배당의 결정, 합병, 분할과 분할합병 등 안건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KCGI는 입장문을 통해 "한진칼 지분 9%를 인수한 배경은 이들 계열사들이 유휴자산의 보유와 투자지연 등으로 매우 저평가되어 있으며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증대의 기회도 매우 크기 때문"이라며 "해당 펀드가 주요주주로서의 감시 및 견제 역할을 활발하게 수행할 경우 한진칼의 기업가치 증대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KCGI가 우호지분 확보를 통해 신규이사선임에 나서며 지배구조개선을 압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신규이사선임에 대한 표대결을 하는 것에 대한 안건이 우선적으로 실행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분보유목적을 실행하기 위한 지분을 확보하기 위하여 '사회적지레'를 활용한 우호세력 확보에 나설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행동주의 펀드는 대량 주식매수를 통해 특정 기업의 주요 주주로 등재한 뒤 경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함으로써 기업 및 보유주식 가치의 상승을 추구한다. 즉 특정기업의 주요 주주로 등재한 후 경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함으로써 기업 및 보유주식 가치의 상승을 이끄는 게 목적이다.

주주행동주의 펀드의 등장에 비상한 관심을 모으는 까닭은 ‘먹튀’ 등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행동주의펀드에 유리한 증시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예가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지침) 도입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보유한 의결권을 적극 행사해 기업 의사 결정에 참여하게 하는 모범규준을 뜻한다. 대상은 국내 상장사 주식을 소유한 모든 기관투자자로 자산 소유자(연기금, 은행, 보험), 운용자(자산운용사, 신탁사) 및 수탁자책임 지원 서비스 제공자(의결권•투자 자문사) 등이 모두 포함된다

최근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전격적으로 도입했다. △배당관련 주주활동 개선 △의결권 행사사전 공시 △주주대표 소송 근거 마련 △손해배상 소송 요건 명문화 △예상치 못한 기업가치 훼손 이슈 발생시 주주권 행사 등 세부원칙을 제시하며 행동주의펀드가 내세운 ‘주주가치제고’에 힘을 싣고 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부 오너 기업이 보유 자산을 활용한 기업가치 개선에 소극적이거나, 낮은 배당성향을 유지하거나, 소극적인 IR 활동으로 저PBR주가 상당히 많이 포진해 있다”며 “국내 진입을 고민중인 아시아 행동주의 투자자에게는 이번 한진칼의 결과와 올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기관투자자의 의사 결정에 관심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사모펀드규제완화 등 우호적 시장환경 조성

국내에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시장에도 지각변동을 일으킬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으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는 530개에 달한다. 이는 사상최대규모로 자본시장법이 시행된 2009년말(110개)과 비교해 약 5배나 많다. PEF 출자약정금액은 68조8203억원으로 2009년 말(20조원)보다 3.4배로 커졌다.

이들이 대규모 자본력을 앞세워 인수합병한 뒤 기업가치 제고 이후 시장에 다시 매각하는 전략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최근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KCGI와 차이가 있다. 실제 KCGI출자 약정액은 1597억원수준이었다.

사이즈가 적은 경영형 사모펀드들은 의결권 제한, 10%룰 등으로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어려움이 있었다. 현행 기준으로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는 ▲기업 지분 10% 이상 확보 ▲6개월 이상 보유 ▲대출 금지 등 규정을 지켜야 한다. 또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는 10% 이상 지분을 확보하더라도 의결권이 제한된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경영참여형과 전문 투자형으로 이원화된 운용방식을 일원화하고 10%룰을 폐지가 중심인 사모펀드 제도개편안을 발표했다. 소수 지분만으로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이나 배당확대 요구 등의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이같은 우호적인 시장환경과 맞물리며 수면 아래에 있던 경영참여형 펀드들이 시장에 전면적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 주주행동주의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았다”며 “하지만 금융위원회의 사모펀드 10%룰 완화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 확대,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 우호적 시장환경이 조성되며 행동주의 펀드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가 높아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최성해 기자 bada@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최성해 차장 bad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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