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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주력산업 흔들·성장잠재력 둔화 …정부 '기살리기'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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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주력산업 흔들·성장잠재력 둔화 …정부 '기살리기' 나서라

손경식 경총 회장, 성윤모 장관에 기업들 위기 상황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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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이정선 기자]

지난달 28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호소했다. “정부가 기업의 ‘기 살리기’에 정책의 방점을 찍어 달라”는 요청이었다.
손 회장은 이날 경총회관을 방문한 성 장관에게 “경제의 주력산업이 흔들리고 성장잠재력이 둔화되는 등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털어놓고 있었다.

기업들의 위기감은 벌써부터 심각해지고 있었다. 경총이 지난 9월 527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4.3%가 ‘경제가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고 응답한 것이다. 근로자 300명 이상인 기업은 88.9%가, 300명 미만인 기업은 95.8%가 경제 침체 국면에 동의하고 있었다. 작은 기업이 더 어렵다고 밝힌 것이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4.1%, ‘동의하지 않는다’는 대답은 1.6%에 불과했다.

나라 경제가 성장을 멈추는데 기업이 잘 굴러갈 재간은 없다. 이는 수치로도 드러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6.9로 전달보다 3.5포인트 하락했다. 작년 2월의 93.9 이후 21개월 만에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소비 심리는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도 보여주고 있다.

올해 3분기 2인 이상 가구의 명목소득은 4.6% 늘었지만, 부유층의 소득이 크게 증가한데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20%인 5분위의 소득은 8.8%, 그 다음 계층인 4분위는 5.8%가 늘었지만, 중간 계층인 3분위는2.1% 증가하는데 그쳤다.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소득은 되레 7%나 감소했다. 하위 20%는 일자리도 16.8%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돈이 없는 것이다.

국민의 소비심리가 위축되었는데, 기업의 장사가 제대로 될 가능성은 희박할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상위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12월 전망치는 88.7을 나타냈다. 탄핵 정국이었던 작년 2월의 87.7 이후 2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그 중에서도 제조업과 중화학공업의 경우는 35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고 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9년 경기전망’에서 자동차·철강·건설 등 8개 주요산업 가운데 7개 산업의 경기가 침체 또는 후퇴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그나마 조선업종이 회복되지만 이는 올해 경기가 워낙 나빴던 데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었다.

올 들어 9월말까지 12월말 결산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이 7.88% 늘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되레 9.94%가 줄었다는 통계도 있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장사도 내년에는 장담을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세계 경제에도 비관론이 대두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악화될 경우 오는 2021년까지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0.8% 감소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이 1∼2%대로 꺾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는 기업 옥죄기다. 상법을 고치고, 공정거래법을 개정하고 있다. 근로시간까지 단축하고 있다. 손 회장이 기업의 ‘기 살리기’를 호소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기업의 ‘기’를 살려줄 마음이 없는 듯했다. 김현철 경제보좌관이 한 세미나에서 “위기라고 하면서 개혁을 싹을 미리 자르려는 사회적 분위가 있다”고 말한 게 그렇다. 김 보좌관은 “더욱더 개탄스러운 것은 위기론을 반복하면서 기업 살리기를 요구하는 점”이라며 기를 꺾어버리고 있었다.


이정선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