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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시사의 창]바보 노무현, 바보 윤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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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시사의 창]바보 노무현, 바보 윤장현?

권양숙 여사 사칭한 주부에게 거액 뜯기고 자녀 취업청탁도 들어줘

[글로벌이코노믹 오풍연 주필]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오늘 10시 검찰에 출석한다. 윤 전 시장은 피해자인데 공천을 앞두고 거액을 빌려주고 채용 청탁을 들어준 정황 등이 드러나면서 피의자 신분으로전환됐다. 윤 전 시장은 전날 오전 네팔서 귀국과 동시에 공항 조사실에서 20여분간 약식 조사를 받고 휴대전화를 압수당했다. 그는 노무현 전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김 모(49·여) 씨에게거액을 사기당하고 자녀 채용 청탁까지 들어준 혐의다.
어쩌면 그렇게 감쪽같이 속을 수 있었을까. 사기범 김씨도 혀를 찼다. 다른 사람들은넘어가지 않았는데 유독 윤씨만 넘어갔다고 한다. 그래서 사기 행각도 점점 대범해졌다. 윤씨가 자신을 의심하지 않으니 태연하게 범행을 저지를 수 있었다고 한다. 앞서윤씨는 귀국하기 전 한 언론사와 인터뷰를 했다. 그 내용을 들어보면 피식 웃음이 나온다.

윤씨는 "정말 어려운 말을 꺼낸다. 이제서야 알았는데 억장이 무너진다. 비서관한테도 말을 못 했다. ‘(사기범이)노 대통령이 순천 한 목사의 딸 사이에 남매를 두고 있다. 노무현핏줄 아니냐. 거둬야 하지 않겠느냐. 이들을 좀 도와달라’고 말했다"면서 "이 소리를 듣는 순간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고말했다.

코미디는 이렇게 시작된다. 윤씨는 지난해 12월 "권양숙입니다. 딸 사업문제로 5억원이 급히 필요하다"는 문자 메신지를 받고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권 여사를사칭한 전화 속의 김씨와 30여분 통화한 뒤 "전화말미에 노무현 혼외자 말을 듣는 순간 소설처럼 내 머리에 뭔가가 꽂힌 것 같았다"면서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았다. 인간 노무현의 아픔을 안고,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내 이성이 마비됐다. 내가 바보가 됐다"고 털어놨다. 자신도 바보 노무현에 빗댔다.

김씨는 더욱 노골적으로 접근했다. "애를 보살폈던 양모(養母)가 연락을 줄 테니 받아보고 챙겨달라"며윤씨에게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권 여사와 김씨 등 1인 2역을 한 사기꾼은 2∼3일 뒤 직접 시장실에 나타나 두 자녀의 취업청탁을 했다. 김씨 아들은 김대중컨벤션센터 계약직으로, 딸은모 사립중 기간제 교사로 채용됐다가 지난 10월과 지난 4일각각 계약이 만료됐거나 자진 사직했다.

윤씨는 "사기꾼 김씨와 전화 통화는 3~4차례, 문자는 40여차례 오간 것 같다"면서 "내가 속지 않았다면 최근(10월)까지 문자를 주고 받았겠느냐"고 했다. 김씨에게 감쪽같이 속았다는 얘기다. 이를 액면 그대로 믿을 사람은없다. 뭔가 바라고 돈을 보내고, 채용 부탁을 들어주었을게 틀림 없다. 검찰이 선거법 위반을 의심하는 대목이다. 지방선거를앞두고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무슨 끈이든지 잡으려다가 사기범에게 당한 듯하다.

윤씨는 의사 출신으로 시민운동을 해왔다. 그 덕에 광주시장도 했다. 평도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사기범에게 농락당하고, 그동안 쌓아왔던 명성도 잃었다. 바보는 순수하다. 그러나 윤장현은 순수하지 않았다. 자업자득이다.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