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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희망퇴직 칼바람 몰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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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희망퇴직 칼바람 몰아친다

임금피크제, 청년일자리 창출로 감원 바람 더욱 거세
임금피크제, 청년일자리 창출로 감원 바람 더욱 거세
임금피크제, 청년일자리 창출로 감원 바람 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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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권진안 기자] 50대 후반의 한 은행 지점장이 이달 말 명예퇴직 한다.
86년 초부터 만 33년가량 직장생활을 해왔다.
신입사원으로 시작해 지방의 한 도시에서 서너 군데를 돌며 지점장을 지냈다.
자녀들도 이미 사회에 진출해 자리를 잡아 당분간 일자리를 찾지 않고 쉴 계획이다.
이처럼 금융권에 감원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매년 임금피크제 시행과 함께 50세 전후 직원들 중심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는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외에도 증권업계에서 KB증권과 미래에셋대우가 희망퇴직 예정이고 수수료 인하 등 업계 전반적으로 악재를 맞은 카드업계와 2022년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앞둔 보험업계도 몸집 줄이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청년층 일자리 조성을 위해서도 희망퇴직을 권장하고 있다. 따라서 업계는 청년일자리 창출이라는 당국의 지침에 보조를 맞추기 위한 움직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NH농협은행은 26일까지 희망퇴직자 신청을 받고 있는데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의 경우 1962년생이다. 57세로 아직은 팔팔한 나이다. 일반직원은 직급에 상관없이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 중 만 40세 이상인 사람이 명퇴 대상이다.

이렇게 올해 농협금융지주, 농협은행, 농협 생명, 농협손보 등 NH농협금융 계열사에서 직장을 떠나는 사람이 지난해 530여명보다 늘어난 650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NH농협금융은 명예퇴직자 중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의 경우 26개월의 퇴직 당시 월평균 임금을 지급한다. 일반직원의 경우 63년생은 32개월에 해당하는 퇴직 당시 월평균 임금을, 64년생의 경우 34개월 분의 퇴직 당시 월평균 임금을, 65년생은 36개월의 퇴직 당시 월평균 임금을 준다.

직급과 근무기간 임금수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약 1억5천만원-3억원 정도다. 유명 브랜드 치킨집 하나 차리기 힘든 액수다.

다른 시중은행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KB국민은행도 연말 희망퇴직을 실시할 예정이고 신한은행은 내년 초에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의 희망퇴직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이미 지난해 1000여명의 감원을 시행했고 하나은행도 지난 7월 준정년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문제는 희망퇴직자들에게 아직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9월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78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체감 은퇴연령은 50.2세인데 희망 은퇴시기는 61.1세다.

직장인들은 60대 초반까지 일하기를 바라지만 50세 정도가 되면 은퇴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고 퇴직한 직장인이 안정적인 직장에 재취업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지난 3일 산업은행 양서영 연구원이 '고령자 고용의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고용보험 통계를 인용해 재취업한 65세 이상 고령층 10명 중 3명이 청소·경비직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본·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정년을 연장하거나 폐지하고 있다"며 "신규 고령자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직업훈련지원 예산 확대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권진안 기자 k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