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칼럼] 베이비파우더에 웬 석면가루?

기사입력 : 2018-12-1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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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이정선 기자]

마르코 폴로 시대의 서양은 동양보다 한참 뒤떨어져 있었다.

마르코 폴로는 중국의 어느 크지 않은 강변 도시에 몰려 있는 선박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곳에 있는 선박이 ‘유럽의 모든 강과 바다 위에 떠있는 선박을 합친 것’보다도 많았던 것이다.

‘동방견문록’에 따르면, 마르코 폴로는 신기한 돌을 보고 또 깜짝 놀랐다. 돌에 불이 붙어서 활활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석탄이라는 것을 알 리가 없었던 마르코 폴로는 기겁을 했다. 얕은 상식으로는 돌에 불이 붙는 일 따위는 절대로 있을 수 없었다.

“…산에서 캐낸 검은 돌이 장작처럼 탄다. 그 돌은 나무보다도 더 잘 탄다. 저녁에 불을 잘 붙여놓으면 불이 밤새도록 계속되고 더러는 아침까지 가기도 한다.”

중국 사람들은 그 돌로 물을 데워 따뜻한 목욕’을 하고 있었다. 당시 서양 사람들은 목욕을 거의 하지 않았다. 마르코 폴로도 마찬가지였다. ‘찬물 목욕’도 과분했다. 그런데 중국 사람들은 더운물로, 그것도 정기적으로 목욕을 하고 있었다.

“일주일에 3번씩 물을 데워서 목욕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겨울에는 할 수만 있다면 매일같이 한다.… 그 많은 사람이 목욕탕과 난로에 열을 공급하려면 나무가 아무리 많아도 충분하지 못할 것 같다. 그러나 불에 타는 돌은 엄청나게 많다. 그들이 돌을 때는 이유는 경비가 적게 들고 나무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르코 폴로는 ‘불에 타지 않는 수건’을 보고 또 놀라야 했다. 알량한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신기한 섬유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직접 가서 확인까지 했다.

“…어떤 산에서 캐낸 광석을 말린 뒤 동(銅)으로 만든 커다란 절구에 넣고 빻는다. 그러고 나서 물로 씻어내면 흙이 모두 떨어져나가고 양털 같은 실만 남는다. 그 실을 짜서 수건을 만든다. 수건 색깔은 희지 않지만 불 속에 한동안 넣어두면 눈처럼 하얗게 된다. 그것을 ‘살라만더 수건’이라고 부른다.”

이 불에 타지 않는 섬유는 ‘석면(石綿)’이었다. 실제로 원나라 임금 쿠빌라이는 별겁적산(別怯赤山)이라는 곳에 있는 석융(石絨)을 캐서 옷감을 짰더니 불에 타지 않는다는 보고를 받았다. 즉시 관리를 파견, 채취하라고 지시했다. 석융은 오늘날의 석면을 말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살라만더 수건’을 사용하다가 때가 묻어 더러워지면 다시 불 속에 집어넣었다. 그러면 또 눈처럼 하얗게 변했다. ‘기적의 섬유’가 아닐 수 없었다.

마르코 폴로는 이 ‘석면 수건’이 유럽에도 전해졌다고 썼다.

“그런 수건이 로마에 하나 있다. 중국 황제가 교황에게 값진 선물로 보낸 것이다. 그래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성의(聖衣)를 그 안에 싸서 보관하고 있다.”

마르코 폴로 시대의 석면은 이처럼 예수의 성의를 보관했을 정도로 신성하고 소중한 것이었다. 그 석면이 이제는 온갖 잡것(?)을 만드는 데 쓰이고 있다. 건축자재, 파우더, 화장품, 약품, 냉장고, 세탁기, 자전거….

미국의 거대기업인 존슨앤드존슨이 자사 제품인 베이비파우더에서 석면 성분이 검출된 사실을 알고도 수십 년 간 쉬쉬해왔다는 소식이다. 우리는 초등학교 건물에서 석면이 나와서 야단인데, 이 거대기업은 아예 갓난아기 몸에 석면가루를 칠해주고 있었다. 암에 걸린 소비자들의 소송도 있었다고 한다. 종교적인 시각으로 따진다면, 존슨앤드존슨은 ‘거룩한 석면’을 사악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이정선 기자 jslee@g-enews.com

이정선 기자(데스크) js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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