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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시사의 창]박항서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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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시사의 창]박항서 파이팅!

10년 만에 스즈키컵 우승으로 베트남을 흥분의 도가니로 만들어

[글로벌이코노믹 오풍연 주필] 박항서 매직이라고 한다. 어떤 찬사도 아깝지 않을 것 같다. 최고의 애국자다. 박항서는 베트남에서 영웅이다. 한국에서도 영웅이 되고 있다. 순전히 노력에 의해서다. 박항서는 조금 특색 있게 생겼다. 벗겨진 이마에 뿔테 안경을 꼈다. 그 모습도 베트남에선 사랑받는다. 사람이 이쁘면 다 이뻐 보이는 법. 그만큼 사랑받을 만한 역사를 썼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뒤 각종 국제대회마다 새로운 역사를 쓰며 베트남 국민으로부터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박 감독은 부임 3개월 만에 축구변방이었던 베트남을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준우승으로 이끌었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준결승 진출이라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동남아시아의 월드컵'으로 불리는 스즈키컵에서 10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베트남을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다. 베트남 국가 서열 2위인 총리와 3위인 국회의장도 15일 축구장을 찾아 경기를 지켜봤다. 베트남은 말레이시아와 결승 1차전 원정경기에서 2-2로 비긴 뒤 이날 결승 2차전 홈경기에서 1-0으로 이겨 우승했다. 완벽한 승리였다.

경기가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흥미로운 상황도 연출됐다. 박 감독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도중 기자회견장 문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취재진이 소음에 의문을 갖는 찰나 베트남 선수 10여명이 급하게 뛰어들어왔다. 선수들은 박 감독을 향해 돌진했고, 통에 들은 생수를 뿌렸다. 이어 책상을 강하게 두들기며 노래를 불렀다.

우승의 기쁨이 너무 큰 선수들이 만든 돌발상황이었다. 많은 취재진 앞에 선 박 감독 처지에선 당황할 수 있는 장면이었지만 그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가만히 앉아 물세례를 끝까지 견딘 후 선수들을 오히려 도닥이며 훈훈하게 상황을 마무리했다. 선수들은 웃으며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고, 박 감독은 수건으로 얼굴과 몸을 닦은 후 기자회견을 이어나갔다. 마치 각본대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고 할까. 선수도, 감독도 한몸임을 보여준 셈이다.

요즘 한국에서도 박항서 리더십을 자주 얘기한다. 이른바 ‘파파 리더십’으로 통한다. 아버지처럼 따뜻하게 선수들을 대하기 때문이다. 부상 당한 선수를 위해 직접 마사지를 하고, 컨디션이 나쁜 제자를 생각해 비즈니스석을 양보한 미담이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박 감독은 더 큰 사랑을 받는다. 기자회견장에서의 해프닝도 같은 맥락으로 보면 전혀 이상하지 않다.

박항서가 차범근이나 박지성 같은 스타플레이어 출신은 아니다. 그러나 성실함만은 인정받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4강 신화를 만든 조역이기도 하다. 히딩크 감독 아래 수석 코치를 맡았다. 당시 우리 선수들이 골을 넣을 때마다 히딩크 감독과 얼싸 안으면 좋아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박항서 매직은 계속 진행형이다. 내친 김에 베트남이 사상 최초로 월드컵에도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으면 한다. 박항서가 있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박항서 파이팅!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