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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시사의 창]文 대통령 이제 정신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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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시사의 창]文 대통령 이제 정신 차렸다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보완 조치 강구 시사

[글로벌이코노믹 오풍연 주필] 나는 줄곧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문 대통령부터 변해야 한다고 촉구해 왔다. 어제(17일) 열린 확대 경제장관회의에서 그 일단을 읽을 수 있었다. 매우 다행으로 생각한다. 정책이 잘못 됐다면 방향을 바꾸는 게 옳다. 누가 뭐라고 할 사람도 없는데 안 바꾸려고 한다. 그것이 사람의 심리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과 같은 새로운

경제정책은 경제·사회의 수용성과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조화롭게 고려해 국민의 공감 속에서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필요한 경우 보완 조치도 함께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입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은 처음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금기어처럼 비쳐져 왔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최저임금이 7530원에서 8350원으로 오른다. 당초 예상보다 적다고 하지만 10.9%나 인상됐다.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에게는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나도 그렇지만 많은 경제학자들이 최저임금을 빼놓고는 우리 경제를 진단할 수 없다고 말한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이 엄청 컸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이 이제야 정신 차렸다고 할까.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지적하면 귀담아 들어야 한다. 사실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에 매몰돼 최저임금 인상을 간과한 측면도 없지 않다. 모두 아우성을 치고 있는데 청와대만 귀를 닫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거듭 강조하지만 청와대 참모들의 책임이 크다. 대통령에게는 정확한 보고를 해야 한다. 대통령이 만기친람을 해서도 안 되는 까닭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수용성’이란 단어를 언급한 것은 이들 정책을 추진하면서 나타난 부작용을 인정하고 속도 조절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사회적 대화와 타협을 적극적으로 도모해 주기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정책의 실패를 우회적으로 인정했다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다양한 해석들이 나왔다.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시장의 우려를 잘 알고 있으니 논의를 시작해 보자는 뜻”이라며 “사실상 최저임금의 탄력적 인상과 함께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에 대한 의견을 정부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뒷돌을 앞에 놓고 다급하게 징검다리를 만들어서라도 강을 건너야 한다는 심정”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이 말하기 전에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문 대통령에게 거듭 당부한다. 시장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 달라. 답은 책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있다. 말보다는 실천이다. 맨날 얼굴을 보는 사람만 만나지 말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라. 거기서 답을 구할 수도 있다.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