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사회신용시스템은 중앙 정부에 의해 2014년 도입됐다. 기존 금융 서비스에서 활용하는 '신용 포인트' 제도를 일부 보완해 규칙과 규정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베이징시는 지난 11월 말 관영통신을 통해 2020년부터 시민과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통제용 신용 포인트' 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바로 이 부분이 블랙리스트 제도와 연관되어 있다.
물론 사회 부정을 뿌리 뽑겠다는 정부 당국의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비즈니스 관점에서 살펴보면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다. 기업 경영이나 조직 관리에 대한 불상사의 책임이 경영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뜩이나 모호한 중국의 기업과 개인의 경계가 더욱 흐려질 가능성도 우려된다.
이 시스템은 본질적으로 기존 법률의 실행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또 반체제 인물을 표적으로 삼지 않아 오히려 다양한 활동에 대한 느슨한 조치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벌칙에 대한 규정, 특히 블랙리스트 제도는 악용될 경우 기업경영자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우려된다.
종합하면 최초의 처벌은 관대하게 넘겨 웃을 수 있지만, 블랙리스트 포인트가 누적되면 그 처벌은 가혹해져 '대성통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항공기의 비상문을 열려는 행위를 하면 향후 탑승이 거절되는 것에 그친다. 하지만, 법원의 지급 명령을 무시하고 이를 반복하게 되는 등의 경우에는, 벌칙의 적용 대상이 확대되어 위반자의 자녀에 대한 사립학교 입학마저 금지될 가능성도 있다.
심지어, 기업이 규칙을 반복적으로 위반할 경우 경영자와 기업의 법적 대표가 개인적으로 블랙리스트에 오를 수도 있다. 실제로 올해 신흥 기업 러에코(LeEco)의 창업자인 자웨팅(賈躍亭)은 문어발식 사세 확장을 꾀하다 자금난에 처한 후 미국에 있을 때, 당국의 귀국 명령을 무시한 처벌로 블랙리스트에 올라 항공기와 열차 탑승이 금지됐다.
이러한 중국의 사회신용시스템은 외국 기업에게도 리스크 증가 요인이 될 수 있어 우려는 더욱 확대된다. 미국 항공사와 중국 항공 당국이 항공권 예약 시스템에서 타이완의 표기를 둘러싸고 대립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만약 중국법원이 항공사에 벌금을 부과하게 되면, 해당 미국 항공사의 중국 경영진 간부는 항공기와 열차 등의 탑승 거부 목록에 이름이 오르게 되고 자녀는 사립학교에서 퇴학당할 수도 있다. 기업의 대립이 개인의 책임으로, 개인의 처벌이 다시 기업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