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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문 대통령의 4차산업혁명과 낭패(狼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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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문 대통령의 4차산업혁명과 낭패(狼狽)

이재구 정보과학기술부장·국장대우
이재구 정보과학기술부장·국장대우
[글로벌이코노믹 이재구 기자] # 올해 일어난 가장 쇼킹한 사건 가운데 하나는 대한민국 전역을 뒤흔든 50대 택시기사의 분신이다. 카카오앱 기반 공유택시 서비스로 택시 기사들의 생존권이 흔들린 데 대한 반발의 표출이었다. 그는 자살 방식 가운데에서도 가장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런데 이 서비스는 새삼스런 게 아니다. 미국의 ‘우버’택시는 이미 8년 전 출시돼 전세계인에게 익숙해졌을 정도로 4차산업혁명의 간판 격 비즈니스 모델이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아직 허용되지 않고 있다. 그와 별개로 기존 택시기사들의 생존권 주장에 대한 이렇다 할 정책도 나오지 않고 있다. 불거진 카카오 택시서비스 외에도 많은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이 정부의 무대책과 기존 산업계 종사자들의 저항에 부딪치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 기업들은 좌초하거나 해외로 옮겨가고 있다.

# 누구나 기억하듯 문재인 대통령은 출범 초 4차산업혁명의 추진과 함께 일자리 정부, 그리고(또는) 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웠다. 미래와 현재의 두 축을 내세운 문 정부의 정책은 이상적으로 보인다. 첫 번째 축인 4차산업혁명에 대해서는 클라우스 슈밥 다보스 포럼회장이 갈파했듯 전세계적으로 침체중인 경제성장 동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또 한 축은 인간다운 삶을 보장한다는 정치철학이다. 최저임금 인상, 그리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전환 정책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현 상황을 보면 문재인 정부가 앞으로는 큰소리를 쳐놓고 어찌 이리도 뒷감당을 못해 쩔쩔매는지 안타까울 정도다. 일례로 문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방문했을 때 일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공항공사 사장은 대통령 면전에서 전직원 정규직화를 약속했지만 지켜지지는 않았다. 공항에서 운영중인 안내 도우미 로봇과 청소로봇들이 이 감당못할 약속의 이유를 말해 준다.
# 문재인 정부는 이처럼 혁신에 기반한 산업 첨단화와 동시에 아날로그 직군들을 포용하는 가기 힘든 길을 선언하며 ‘낭패(狼狽)’를 겪고 있다. 대학시절 들어 기억하는 중국 전설상의 동물 ‘낭패’는 ‘낭’과 ‘패’가 등을 맞대고 붙어 있는 동물이라고 했다. 한 마리는 낮에 잠을 자고 밤에 활동하는 반면 다른 한 마리는 그 반대다. 두 마리는 늘상 으르렁거린다. 현재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두 축의 정책이 그야말로 낭패다. 4차산업혁명과 고급화되지 않은 채 점점 위협받고 있는 값싼 일자리가 서로 으르렁거릴 수 밖에 없다. 현 정부는 출범초부터 그런 낭패를 선언한 정부다. 첨단화, 로봇화, 인공지능화 등으로 대변되는 4차산업혁명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갈등에 대해 무지, 무감각하거나 태만했다. 카카오택시 사태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한 단면일 뿐이다.

# 뒤늦게 문 대통령은 스마트공장으로 대변되는 제조업 혁신을 강조했다. 하지만 스마트공장이라고 어찌 카카오앱택시 같은 사태가 없으리란 보장이 있으랴. 200년 전의 ‘기계를 파괴하라’는 영국 ‘러다이트 운동’을 굳이 들먹이는 것은 어리석을 수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공약대로 4차산업혁명의 적용 영역을 넓혀가게 되면 더많은 신구 산업 종사자 간 반목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문 대통령과 참모들은 이에 대비한 답을 준비해야 한다.


이재구 기자 jk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