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착공식을 하면 바로 공사에 들어가는 게 맞다. 그러나 이번 착공식은 그렇지 않다. 언제 공사에 들어갈지 알 수 없다. 북한의 비핵화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남북이 양해를 한다고 철도연결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풀려야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현재 북한으로의 물자 반입은 불가능한 상태다.
그러나 북한의 속내는 다르다. 우리 정부가 보다 빨리 나서줬으면 한다. 김윤혁 북한 철도성 부상은 착공사에서 “통일의 경적소리·기적소리가 힘차게 울려퍼질 그날을 위해 각오를 돋우고 위풍과 역풍에 흔들림 없이 똑바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남 철도·도로 사업의 성과는 온 겨레의 정신력·의지에 달려 있으며, 남의 눈치를 보며 휘청거려서는 어느 때 가서도 민족이 원하는 통일 열망을 실현할 수 없다”면서 “철도·도로 협력의 동력도 민족 내부에 있고, 전진 속도도 우리 민족의 의지와 시간표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예전부터 우리끼리를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눈치를 보지 말라는 뜻이다.
남북의 철도 착공식이 처음은 아니다. 2000년과 2002년에도 있었다. 그러니까 이번이 세 번째다. 2000년엔 착공식 직후 공사가 중단됐고, 2002년엔 남과 북이 각각 12㎞의 철로를 놓고 물리적으로 연결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이번에는 경의선과 동해선을 북한 지역 철도와 연결해 향후 시베리아횡단열차(TSR)와 중국횡단철도(TCR)를 이용해 대륙으로 진출하는 프로젝트다. 정부 당국자는 “착공식을 통해 남북 정상의 합의를 이행하고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 구상을 실현하는 발걸음을 디뎠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여러 가지 난관이 있겠지만 나름 의미는 있다. 남북 철도·도로 연결이 동아시아 물류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착공식에 참석한 중국·몽골·러시아 대사 등 관계자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반드시 성과를 내기 바란다. 그러려면 북한이 먼저 변해야 한다. 바로 비핵화다. 그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앞으로 나갈 수 없다. 북한은 명심하라.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