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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층 인사들의 이해하기 어려운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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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층 인사들의 이해하기 어려운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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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이정선 기자]

많이 줄었지만, 지도층 인사의 신년사에 여전히 어려운 ‘말씀’이 포함되고 있는 듯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태형 전국은행연합회장은 ‘근심지무(根深枝茂) 원원유장(源遠流長)’이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하고 있었다. ‘뿌리가 깊으면 가지가 무성하고, 샘이 깊으면 물이 멀리 흘러간다’는 뜻이라고 한다.

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은 ‘선기원포(先期遠布)’였다. 서애 류성룡이 선조 임금에게 올린 병법 요약집 ‘전수기의십조(戰守機宜十條)’에 실린 말로, ‘미리 보고 멀리 봐야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은 ‘운외창천(雲外蒼天)’이었다. ‘어두운 구름 밖으로 나오면 맑고 푸른 하늘이 나타난다’는 의미라고 했다. 운외창천은 과거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수남 검찰총장 등도 인용했던 사자성어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선즉제인(先則制人)’이라는 말을 쓰고 있었다. 사기(史期)의 항우본기(項羽本紀)에 나오는 말로 ‘남보다 먼저 도모하면 능히 남을 앞지를 수 있다’는 얘기라는 풀이다.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중용’ 예기편에 나오는 ‘사변독행(思辯篤行)’이었다. ‘신중히 생각하고 명확히 변별해 성실하게 실행’하라는 뜻이라고 한다.

더 있었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새해 사자성어로 ‘불망초심(不忘初心)’을 선정했다는 소식이다. ‘처음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신년화두로 ‘강호대륙(江湖大陸)’을 발표했다. ‘강호 축을 개발해 충북이 유라시아 대륙으로 뻗어 나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했다.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도정을 운영하기 위한 사자성어를 ‘절차탁마(切嗟琢磨)’로 정했다. ‘원석을 자르고 줄로 쓸고 끌로 쪼고 갈아 빛을 내는데 오랜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을 담았다’고 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새해 도정의 신년 사자성어로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제시하고 있었다. ‘낡은 제도나 관습 따위를 고쳐 모습이나 상태가 새롭게 바뀐 것을 비유하는 말’이었다.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은 ‘앵행도리(櫻杏挑梨)’였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의 ‘춘풍(春風)’이라는 시에 나오는 말로, 앵두나무와 살구꽃, 복숭아꽃, 배꽃이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피는 시기와 열매도 모두 다르다는 뜻이라고 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 나오는 영국 록밴드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를 인용하고 있었다. “프레디 머큐리는 ‘우린 부적응자들을 위해 연주하는 부적응자’라고 말했지만 퀸의 음악은 오랫동안 수많은 사람이 즐기는 명곡이 됐다”고 했다.

‘보통 사람들’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말씀’이 이렇게 적지 않았다.

영국 지도자 윈스턴 처칠(1874∼1965)은 탁월한 연설가일 뿐 아니라 노벨 문학상을 받은 문장가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중요한 연설에서는 ‘순수한 영어’만 골라서 사용했다. 라틴어에서 차용된 어려운 말 따위를 빼고 ‘토종 영어’로만 연설한 것이다.

처칠은 이를 통해 국민의 마음을 얻고, 하나로 묶을 수 있었다.


이정선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