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의사의 얘기를 들어보자. 병원 진료실 내 폭력은 무방비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갑자기 흉기를 휘두르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서울지역 한 대형병원 의사는 “사실 정신과는 진료 중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진료실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고 긴급 상황이 닥치면 다른 직원의 도움을 요청하는 호출 버튼도 있다”면서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미리 흉기를 준비해 와 작정하고 찌르면 도저히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두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2016년에는 자신의 우울증 극복기를 담은 책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를 펴내면서 환자와 공감하는 이야기를 다루기도 했다. 특히 임 교수는 평소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환자를 보듬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글에서 임 교수는 '힘들어도 오늘을 견디어 보자고,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우리 함께 살아보자고'는 내용을 남기기도 했단다.
정신병동 근무자는 환자로부터 신체 손상을 입을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른 외래병동 의료진보다 285.5배 높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있다. 그래서 정신과 의료진 사이에 ‘3년 근무하면 (의료진도) 환자가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환자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며 불안에 떨다가 거꾸로 의사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걸리기도 한다고 했다. 실제로 “환자를 돌보는 게 불안하다”고 호소하던 직원이 퇴직 후 조현병 환자로 입원한 사례도 있다.
특히 정신과 의료진에 대한 보호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법을 만들어서라도 보호할 의무가 있다. "고인은 본인에게는 한없이 엄격하면서 질환으로 고통받는 많은 이들을 돌보고 치료하고 그들의 회복을 함께 기뻐했던 훌륭한 의사이자 치유자였다. 우리나라의 자살 예방을 위해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던 우리 사회의 리더였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애도 성명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