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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전 사무관 유서, "차라리 박근혜 정권이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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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전 사무관 유서, "차라리 박근혜 정권이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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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이정선 기자] 청와대의 KT&G 사장 교체 개입 등 의혹을 폭로한 뒤 유서를 남기고 잠적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온라인에도 유서를 올렸다.

3일 오전 11시19분께 신씨의 모교인 고려대의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에 신씨가 쓰고 친구가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 글이 게시됐다.
신씨는 "더 긴 유서는 제 신림 집에 있다. 죽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친구가 유서를 올려줄 것"이라며 "모텔에서 쓴 이 유서도 어떻게든 공개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신씨는 이어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안 된다. 충분히 제가 지적한, 여전히 지속되는 행정 내부의 문제에 대한 근거가 있었다"며 "메신저인 제가 너무 경박하게 행동했던 것 같다"고 썼다.

그는 "저 원래 이러지 않았다. 더 멋있고 괜찮았다"며 "일을 오래 쉬고 집에만 있으면 이렇게 되나 보다"고 말했다.

그는 "전 원래 항상 웃어서 울 때도 웃으면서 운다"며 "그리고 살도 이렇게 많이 안 쪘었다. 스트레스받아서 이 지경이 됐다. 그래도 제가 죽어서 좀 더 좋은 나라가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제가 폭로한 건 일을 하면서 느꼈던 부채 의식 때문"이라며 "다들 아무 일도 아니라고 하는데, GDP 대비 채무비율 향상을 위해 적자국채 추가 발행하는 게 문제가 아닌가. 아무리 그게 미수라 하더라도 정책 최고 결정자 입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고 청와대도 추가 발행하라고 하는데" 했다.

그는 "증거도 차관보님 카톡까지 보여드렸다. 부총리가 대통령 보고를 원하는 대로 못 들어가고 있는 게 문제가 아니냐"며 "원칙상 행정부 서열 3위"라고 강조했다.
또 "민간기업 CEO 인사 개입이 정당한 주주권 행사라고? 그러면 왜 당시 우리 부는 숨기면서 했을까"라며 "왜 대외적으론 민간기업 경영권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했나. 만약 정말 이 정도 개입이 괜찮다고 생각했다면 국민에게 공개하며 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폭로 이후 쏟아진 비난에 대한 억울한 심정도 밝혔다.

그는 "제가 부족하고 틀렸다 해도 이번 정부라면 최소한 내부 고발로 제 목소리를 들어주려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전 이렇게 말하면 그래도 진지하게 들어주고 재발 방지 이야기를 해줄 줄 알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박근혜, 이명박 정부였어도 당연히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며 "차라리 그때 이랬으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서도 도와주고 여론도 좋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정선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