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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시사의 창]양승태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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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시사의 창]양승태의 몰락

사법농단의 정점에 있어 구속영장 청구 불가피할 듯

[글로벌이코노믹 오풍연 주필] 최고의 코스만 밟아온 양승태 전 대법원장. 이제 피의자 신세로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다. 왜 이런 처지로 몰락했을까. 나는 그의 욕심 때문이라고 본다. 그 과정에서 법원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이제는 그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 구속영장 청구는 불가피할 것 같다. 까마득한 후배 앞에서 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나는 1987년 가을부터 법원·검찰을 출입했다. 당시 법원에서 들은 말이 있다. 양승태와 김황식을 주목하라고 했다. 둘은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엘리트 코스를 밟은 것은 물론이다. 양승태는 법원장, 법원행정처차장, 대법관을 모두 거쳤다. 김황식 역시 대법관, 감사원장을 거쳐 총리까지 지냈다. 판사들 사이에서도 보는 눈이 있었던 셈이다.
그 잘 나가던 양승태가 검찰 포토라인에 서게 됐다. 4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한동훈 3차장검사)에 따르면 오는 11일 오전 9시 30분 양 전 대법원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전직 대법원장이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기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개인의 불명예는 물론 사법부에도 치욕을 안겨주었다고 할까.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 민사소송 '재판거래',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유출, 법관사찰, 비자금 조성 등 검찰 수사로 불거진 여러 의혹에 대부분 연루돼 있다. 지휘 라인의 정점에 있었기 때문에 모를 리 없다. 하지만 검찰 수사에서 혐의 사실을 대부분 부인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조사를 받은 대법관들도 부인으로 일관했다.

2011년 9월부터 6년간 사법부 수장을 지낸 양 전 대법원장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등에게 '재판거래' 등 반헌법적 구상이 담긴 문건을 보고받고 승인하거나 직접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임 전 차장을 구속기소하면서 44개 범죄사실에 양 전 대법원장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나는 그래도 법관들은 다를 것으로 봤다. 그러나 그들도 다르지 않았다. 사법 농단에 함께 가담한 것이다. 법관은 양심과 법률에 따라 재판할 것을 선서한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이 저지른 범죄는 용서받을 수 없다. 게는 가재편이라고. 법원은 전 대법관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비난 여론이 들끓어도 마이웨이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이 청구될 경우 기각될 확률이 적지 않다.

양 전 대법원장은 구속 수사가 마땅하다. 지금 사법부는 그 때의 여진 때문에 여전히 신음하고 있다. 그 욕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고스란히 먹고 있다. 양승태는 발뺌만 할 것이 아니라 잘못을 뉘우치고 법의 심판을 받는 게 옳다. 역사는 거짓과 부정을 인정하지 않는다. 사법부 오욕의 역사도 그 고리를 끊어야 한다. 양승태 구속으로.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