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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적신호’…삼성도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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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적신호’…삼성도 ‘흔들렸다’

호황 끝난 삼성 반도체 실적 급감, 반도체 위기론 현실화…산업계 전반 ‘흔들’

[글로벌이코노믹 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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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최대 실적을 냈던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시장 전망치보다 낮은 ‘어닝쇼크’ 수준을 기록했다. 잠정 실적이지만 그간 우려됐던 반도체 부진이 현실화 하면서 국가 산업계를 지탱해 오고 있는 반도체 산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 59조원, 영업이익 10조8000억원을 기록했다고 8일 잠정실적을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매출 65조9800억원, 영업이익 15조1500억원)에 비해 각각 10.58%, 28.71% 감소한 것이다. 다만 지난해 연간 실적은 매출 243조5100억원, 영업이익 58조890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날 삼성전자의 사업 부문별 구체적 실적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반도체 부분의 영업이익 하락 여파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측은 “대외환경 불확실성 확대 가운데 메모리 사업이 수요 부진으로 실적이 크게 하락했다”며 “메모리 사업은 계절적 비수기 및 일부 데이터센터 고객사들의 재고조정 영향으로 4분기 수요가 당초 예상 대비 크게 감소하면서 출하량이 3분기 대비 역성장하고 가격 하락폭도 당초 전망 대비 확대되면서 실적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새해 벽두부터 직접 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현장 점검에 나선 것에서 이러한 반도체 위기의식의 발로다. 지난 4일 이 부회장은 경기도 화성 기흥사업장을 찾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정체를 극복할 수 있는 지속적인 기술혁신과 함께 전장용 반도체, 센서,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호황을 누렸던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동력을 잃고 둔화되고 있는 만큼 부가가치가 높은 비메모리 분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4분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미중 무역전쟁, 애플 아이폰 판매 부진 등의 여파로 실적 하락이 예상돼 왔다. 낸드플래시에 이어 D램 가격까지 하락하며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이 12조원대로 내려갈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실적 개선은 당분간 쉽지 않아 보인다. 올 상반기까지 가격 하락과 동시에 수요까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데이터센터 고객이 축적된 재고를 줄이면서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1위 수출품목인 반도체의 추락이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국내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 해 보인다. 반도체가 국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데다 국내 투자와 생산, 고용과 소비에 연쇄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실적 하락의 요인 중에 하나인 반도체 위기론이 현실화 되면서 SK하이닉스 실적 부진이 점쳐진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2분기(5조5천739억원)·3분기(6조4천724억원) 연속으로 영업이익 최고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했으나, 4분기 영업이익은 5조원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모바일용 반도체 매출에서 애플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아이폰 판매 부진으로 실적 하락폭이 더 클 것이란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반도체 부진 가시화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제조사들이 속도 조절에 나설 공산이 크다. 업계에선 생산 증가폭을 당초 계획보다 줄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는 평택 공장 D램 증설 속도를, SK하이닉스는 청주 M15, 중국 우시 공장의 생산량을 일정 부분 조정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올해 D램 생산에 들어가는 총 설비투자 지출은 180억달러로(약 20조2천500억원 전년 대비 1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설비투자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투자 축소가 반도체 장비업체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올해 매출이 올해 예상 매출액인 171억1000만달러에서 132억달러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가뜩이나 고용 지표도 정체 상태에서 굴지의 반도체 기업의 투자 축소로 '투자고용'의 선순환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전망 속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투자는 보수적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높아 산업 전체 투자가 축소될 수 있다”며 “산업계 위축이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철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