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칼럼] '국력 누설죄'

기사입력 : 2019-01-10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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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이정선 기자] '성호사설'에 나오는 얘기다. 제나라 임금 환공(桓公)이 곽나라의 옛 땅을 지나다가 마주친 노인들에게 물었다.

"곽나라는 어쩌다가 망했습니까."

노인들이 대답했다.

"임금이 착한 사람을 옳게 여기고, 악한 사람을 미워했기 때문입니다."

뜻밖의 대답이었다. 환공은 의아했다.

"그렇다면 훌륭한 임금 아닙니까. 나라가 망할 까닭이 없지 않습니까."

노인들이 다시 대답했다.

"그렇지 않았습니다. 곽나라 임금은 착한 사람을 옳게 여기면서도 등용하지 못했습니다. 악한 사람을 미워하면서도 버리지 못했습니다. 그랬다가 망하게 된 것입니다."
곽나라 임금은 사람을 제대로 평가하고 있으면서도 인사만큼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얘기였다. 그 바람에 악한 사람은 몸보신만 생각하고, 착한 사람은 세상을 원망하며 세상을 기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조선 중기, 남명(南冥) 조식(曺植·1501∼1572)이 선조 임금에게 충고했다.

"남의 나라를 잘 염탐하는 사람은 그 나라의 국력의 강약을 보지 않았습니다. 사람을 얼마나 잘 쓰고 잘못 쓰는가를 보았습니다.… 어진 사람을 쓰는 것이 다스림의 근본입니다. 옳은 인재를 쓰지 않으면 소인(小人)이 나라를 마음대로 하게 될 것입니다.…"

어떤 나라가 인사하는 것을 보면, 그 나라의 국력까지 짚을 수 있다는 충고였다. 인사가 잘못되면 정권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이고, 나라를 망칠 수도 있다는 경고이기도 했다.

오늘날에는 구태여 염탐을 할 필요도 없다. 고위공직자의 인사가 이루어지면 상대국가에서도 '리얼타임'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국가는 편하게 정보를 입수해서 그 공직자의 과거 경력 등을 분석, 어떤 정책을 펼 것인지 유추할 수 있다.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상대국가는 이를 토대로 그 나라가 어떤 정책을 펼 것인지 전망도 할 수 있다. 전망이 가능하면, 대비 또는 대책도 당연히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인사권자의 '인사 스타일'도 분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면 어떤 사람을 기용할 것인지 가능성 있는 '대상자'를 점찍어서 성향 등을 사전에 파악해둘 수 있다. 또는, 아예 포섭해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인사(人事)는 만사(萬事)지만, '망사(亡事)'가 될 수도 있는 법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의 인사는 번번이 불협화음이다. 이러다가는 '국력 누설죄'라도 생겨야 하지 않을까 싶어지고 있다.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1762~1836)은 이렇게 지적하고 있다.

"인재를 얻기 어렵게 된지 오래되었다. 온 나라의 영재 가운데에서 발탁해도 부족할 텐데 오히려 영재의 8∼9할을 버리고 있으면서 어떻게 구할 것인가. 소민(小民)이라며 등용하지 않는다. 해서(海西), 개성(開城), 강화도(江華島) 사람이라며 등용하지 않는다. 관동(關東) 사람과 호남(湖南) 사람은 절반을 등용하지 않는다. 서얼도 등용하지 않는다. 북인(北人)과 남인(南人)은 등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면서도 등용하지 않는다. 등용될 수 있는 것은 오직 수십 가구의 문벌 좋은 사람뿐이다. 그나마 그중에서도 무슨 사건에 연루되어 등용될 수 없는 사람이 많다."


이정선 기자 jslee@g-enews.com

이정선 기자(데스크) js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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