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소통수석실은 언론인 출신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긴 하다. 우선 언론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자 출신들이 특히 많다. 지난 8일 임명된 윤도한 국민소통수석도 MBC 논설위원 출신이다. 작년 말 명예퇴직을 했으니 거의 현역이나 마찬가지다. 9일 인사 발표가 난 여현호 국정홍보서관은 한겨레신문 선임기자에서 바로 옮겼다. 모양새가 좋지 않다.
한겨레도 이날 “한겨레신문은 현직 언론인의 정부 및 정당 공직으로의 이직에 비판적 입장을 줄곧 유지해왔다. 이런 한겨레신문 정신은 한겨레신문사 소속 기자에게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면서 “물론 기자 개개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다. 그러나 여현호 전 선임기자가 사실상 현직에서 곧바로 청와대 비서관으로 이직한 것은 한겨레신문사가 견지해온 원칙, 임직원들과 독자들의 기대에 어긋나는 일이다. 청와대 역시 인사 과정에서 저널리즘의 가치와 언론인의 윤리에 대한 충분한 고려나 배려가 부족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가세했다.
야당도 여 비서관의 청와대 직행에 우려를 나타냈다. 자유한국당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한겨레신문은 2014년 언론인 출신이 박근혜정부 대변인에 임명된 것을 두고 청와대 제의를 받아들인 언론인의 수준 낮은 윤리의식을 지적하며 참담하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마치 5년 뒤의 일을 예측이라도 한 듯 정확한 문제 지적이었다"라고 꼬집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권력을 감시하는 것이 주된 임무인 언론인이 청와대 요직을 차지해 정권을 대변하게 됐다"면서 "여 비서관 임명은 청와대가 언론을 대하는 형편없는 인식 수준과 언론인 개인의 낮은 직업 소명의식이 만들어낸 갈 데까지 간 인사가 아닐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그렇다. 언론 본연의 기능은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데 있다. 그런 자리에 있다가 바로 옮기는 것은 좋지 않다. 그럼에도 줄줄이 권력을 좇고 있다. 볼썽사납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흔히 말하는 내로남불이다.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