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 사라진 文 대통령, 대기업 정책 변화 오나

지난해 신년사 ‘일감몰아주기 근절’ 등 강도 높은 개혁 주문…올해는 “기업 투자 적극 지원”

기사입력 : 2019-01-1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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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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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대기업 정책에 변화의 기류가 감지된다. 지난해 ‘공정경쟁’과 ‘재벌개혁’ 기치로 ‘기업 옥죄기’에 나섰던 현 정부가 ‘소통’을 언급하는 등 유화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어서다.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내용은 지난해와는 결이 사뭇 다르다. 문 대통령은 “낙수효과는 끝났다”며 경제 불평등의 원인 중의 하나로 대기업의 행태를 지목했을 뿐 구체적 규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혁신성장을 위해 투자에 적극 나서겠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우리가 함께 이룬 경제성장의 혜택이 소수의 상위계층과 대기업에 집중되었고, 모든 국민에게 고루 돌아가지 않았다”면서 경제 불균형 해소를 위한 ‘포용적 성장’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재벌개혁’ 역설했던 것과는 발언 수위는 낮아졌고, 표현도 완곡했다.

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은 “규제혁신은 기업의 투자를 늘리고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 발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규제 완화를 언급하며 “기업의 대규모 투자 사업이 조기에 추진 될 수 있도록 범 정부차원에서 지원하겠다. 특히 신성장 산업의 투자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월 신년사에서 문 대통령은 “공정경제는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라면서 “재벌 개혁은 경제의 투명성은 물론 경제성과를 중소기업과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대기업에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구체적으로 ‘일감몰아주기 근절’과 ‘총수 일가 편법적 지배력 확장 억제’ ‘주주의결권 확대’ 등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이어 검찰, 경찰, 국세청, 공정위 등 4대 사정기관은 물론 법무부, 고용노동부, 등 정부 부처들까지 ‘대기업 전방위 조사’에 나서면서 주요 대기업들은 초토화 됐다. 당시 재계에선 사정기관의 조사나 압수수색을 받지 않은 곳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라는 하소연까지 들려왔다.

이른바 ‘일자리 정부’를 표방해 왔지만 최근 고용지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에 머물며 ‘고용 참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 강행, 강도 높은 지배구조 개편 요구 등으로 기업 경영 투자환경은 급격히 위축됐고, 게다가 세계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등 대외적 불확실성까지 증폭되면서 문재인 정부는 고용감소, 투자 위축, 내수 부진 등 3각 파고에 휩싸여 있는 상태다.

정부 내부에서도 민간 기업의 활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대기업 정책의 틀을 짜지 않고는 고용‧투자‧내수진작 등 선순환을 이끌 수 없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쏟아지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제이(J)노믹스’의 기틀을 마련한 김광두 국민경제자분회의 부의장마저도 소득주도성장 등 현 정부 경제정책을 비판하며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분위기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 연말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 부의장이 국내 주요 대기업 임원들과 비공개 회동을 가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정부의 정책 변화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청와대 경제라인을 총괄하는 정책실장과 대통령 경제자문기구의 수장이 정부 차원의 공식 간담회가 아닌 비공식 채널로 재계 인사들을 만났다는 점에서다. 뿐만 아니라 최근 각 부처별 신년 업무보고에서도 규제책 보다는 ‘성장’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제시한 점도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소득주도 성장’ 비판론 확산과 경기 침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면서 국정 지지율 하락으로 국정 운영에도 비상이 걸린 만큼 청와대가 재계와의 소통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문재인 정부 1기 경제수장이었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LG그룹을 시작으로 현대차, SK, 삼성까지 각 그룹 총수들을 별로로 만나면서 현장 소통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대기업 옥죄기’는 여전했다.

문 대통령도 최근 적극적인 소통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당선 직후인 2017년 5월 첫 외부 행사 일정으로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약속했던 문 대통령은 새해 첫 현장 방문지로 ‘혁신 창업’ 현장을 찾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중소ㆍ벤처기업인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1월 중에 대기업과 직접 만난 예정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최근 “대기업, 중견기업, 지방 상공회의소 회장단을 초청해서 1월 중순쯤에 타운홀 미팅 형식의 대통령과의 모임을 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대기업 총수들이 참석이 예상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 정부의 기업 소통 분위기는 지난해와 다소 다른 듯 보이지만 아직까지는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서 “경영 환경이 날로 악화되는 시점에서 지금이라도 정부와 재계가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고, 국가 경제 성장에 힘을 모을 수 있도록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조심스레 기대감을 나타냈다.


민철 기자 minc0716@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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