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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시사의 창]포용국가는 또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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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시사의 창]포용국가는 또 뭐냐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서 포용국가 또 강조, 구호만 외치는 느낌

[글로벌이코노믹 오풍연 주필]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형식은 신선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별반 신선하지 않다. 이율배반적이라고 할까. 일문일답도 오래 했지만, 눈에 확 띄는 것은 없었다. 한마디로 빈약하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2시간 가까이 전파를 탄 것 치고는 소득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오늘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포용적 성장, 포용국가도 강조됐다. 대통령이 얼마 전부터 강조해온 대목이다. 말뜻은 좋다. 누가 포용을 싫어 하겠는가. 그러나 애매한 측면도 없지 않다. 헷갈리기도 한다. 혁신 성장과 뭐가 다른가. 좋은 말만 쓰면 안 된다. 뭔가 실체를 드러내야 한다. 그냥 모두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면 될 일이다. 구호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경제는 심리다. 성과로 말하라.
내가 기자회견을 모두 듣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나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댓글 세 개만 소개한다. “자기들끼리만 포용하지 말고 모두를 포용했으면 합니다” “말장난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국민생활에 느껴지는 신뢰되는 정책이 요구됩니다” “선거 구호를 실질경제에 쓰니 아직도 탁 행정관의 이벤트 정치를 못 벗어난 듯 합니다”. 생각이 비슷한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당연히 민주당은 환영한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경제 문제에 있어 현실을 분명히 내다보면서 포용국가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문 대통령이)경제의 어려움을 충분히 인식했기에 이를 처음에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큰 방향에선 포용국가, 공정국가, 평화 이런 부분에 대한 것은 분명한 의지를 갖고 추진해 나가겠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밝힌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포용국가를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20여분간 이어진 신년사에서도 '혁신적 포용국가'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상당부분 할애했다. 문 대통령은 "공정하게 경쟁하는 공정경제를 기반으로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성장을 지속시키면서 '함께 잘사는 경제'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께 잘사는 경제가 바로 포용국가인 셈이다.

야권의 반발에도 문 대통령이 '포용적 성장'을 골자로 하는 정책 기조를 고수하고 나선 것은 기존의 정책만으로는 성과를 낼 수 없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성장과 분배 정책을 하나의 연결된 축으로 만들어야만 사회 양극화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 정책 사각지대도 없애겠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혁신적 포용국가'의 큰 뼈대라고 할 수 있다.

포용국가를 폄훼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 공허하게만 들린다. 경제가 나빠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국민들이 절실히 바라는 것은 성과다. 구호가 아무리 좋아도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소용 없다. 지금 포용국가는 그런 느낌이 든다. 대통령이 포용국가를 외치면 장관이나 수석도 그것만 따라한다. 이제는 성과로 보여주기를 거듭 주문한다.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