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원리주의 세력 탈레반과의 평화협상 재개가 불투명하면서 정부의 구심력이 더욱 약해지는 가운데,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주둔 미군마저 감축한다면 아프간 정세는 겉잡을 수 없이 혼란스러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아프간의 혼란의 이면에는 두 가지 문제가 지적된다.
실제 미국은 지난해 여름 이후 2015년부터 중단된 평화협상 재개에 대한 사전 준비를 위해 탈레반 대표단과 여러 차례 회담을 가졌다. 또 탈레반과의 대화를 우선시하는 미국으로서는 정치적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대선의 연기를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연기의 이유로 지적되는 것은, 8년 만에 이뤄진 지난해 하원 선거다. 선거 이후 "투표에 부정이 있었다"는 이의제기가 이어지면서, 결국 선거 결과를 확정짓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후 유권자 등록에 이용되는 신분증이 위조된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면서, 대선을 향한 과제가 불거져 연기는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이유가 어떻든, 결론은 대선이 연기됐다는 사실이다. 아프간의 가니 정권은 당초 두 선거의 평화로운 결과를 통해 스스로의 구심력을 부각시킴으로써, 민주 국가로서 기능하고 있음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속셈이었으나 모두 무산된 셈이다.
게다가 아프간 정부는 무장 세력과의 싸움에서 조차 열세가 계속되고 있다. 미·아프간 재건 특별감찰총감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말 시점에서 국내 407개 지역 가운데 정부가 지배하거나 영향력 아래 둔 곳은 절반이 조금 넘는 55%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무장 세력이 장악하고 있거나, 양측의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지역이다.
또한, 국내에서는 탈레반뿐만 아니라 이슬람교 수니파 과격조직 '이슬람국(IS)‘에 의한 테러도 잇따라 지난해 상반기(1~6월) 전투나 테러에 휘말린 사망자는 1692명에 달했다. 이는 2009년 통계가 시작된 이후 최악의 수치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정치 평론가들은 "치안 상황은 밑바닥으로, 주둔 미군마저 감축될 경우, (아프간) 정부에게 무장 세력을 억누를 수 있는 힘은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