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에 달린 맥도날드 마스코트 ‘표현의 자유’ ‘신성모독’ 논란 확산

[글로벌이코노믹 김경수 편집위원]

패스트푸드 업체 맥도널드의 마스코트인 도널드 맥도널드를 십자가에 붙인 예술작품이 이스라엘 미술관에서 전시돼 ‘표현의 자유’와 ‘신성모독’을 둘러싼 논란이 폭력사태까지 빚고 있다. 이 나라 아랍계 기독교인들이 항의운동을 벌이고 나선 것이다. 이스라엘 북부 도시 하이퍼에서는 지난주 수백 명의 기독교인이 ‘맥 지저스’란 제목의 이 작품을 철거하라고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스라엘 경찰에 따르면 시위대는 미술관을 향해 화염병과 돌을 던졌고 경찰 3명이 부상했다고 한다.
이 작품은 손발이 십자가에 못 박힌 채 힘없이 고개를 떨어뜨린 모습이 예수의 수난을 연상케 한다. 해당 작품은 지난해 8월 이 미술관에 전시된 후 SNS를 통해 알려지며 아랍계 기독교인들에게 비판을 받았다. 이들은 ‘신성모독’이라며 미술관 측에 작품을 철거하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유대교인이 대다수인 이스라엘 내에서 소수에 속하는 아랍계 기독교인의 요구를 정부가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술관 나심 탈(Nissim Tal) 관장은 갑작스러운 폭동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한다. 다른 나라에서 전시됐을 때도 항의는 없었다고 한다. 하이퍼에 사는 아티스트이자 기독교인 아미르 밸런은 “이번 항의운동은 미술관을 찾은 사람들이 작품 사진을 SNS를 통해 나누면서 불이 붙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주 불쾌한 작품이라 나는 이것을 예술이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며, 우리는 평화적인 항의운동을 계속하고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맥 지저스를 제작한 핀란드 아티스트 야니 라이노넨 (Jani Leinonen) 자신도 이 작품을 철거할 것을 미술관 측에 요구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정책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라이노넨은 이스라엘 정부를 압박하는 보이콧, 투자 철수, 제재(BDS) 운동을 지지하는 예술가들 중 한 명이다. 이 BDS 운동은 세계적인 확산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최근 많은 작가들과 아티스트들이 이스라엘의 전시나 공연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술관 측은 작품철거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전시를 계속할 태세다. 탈 관장은 “만약 이 작품을 떼어낸다면 다음 날엔 다른 작품의 철거를 요구하는 정치인들이 나올 것이며, 그러다가 미술관에 남는 것은 컬러풀한 꽃의 회화만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리고 “우리는 표현, 예술, 문화의 자유를 지키고 있다”며 “미술관이 종교적 또는 정치적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이 작품을 철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경수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