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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가 실력이다”…반도체 다시 살아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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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가 실력이다”…반도체 다시 살아날까?

당분간 반도체 가격 하락세 불가피…삼성에 이어 SK하이닉스도 실적 하락 전망
‘자신감’ 보이는 이재용·최태원…하강 국면에서 올해 3분기부터 반등 관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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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로벌이코노믹 자료>
[글로벌이코노믹 민철 기자] 반도체 사이클 하강 국면에서 올해 하반기 반도체 산업이 반등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호황기’ 끝을 알리는 시그널이 나타나면서 우려의 시선이 쏟아졌다. 실제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반도체 부진으로 급락하면서 우려가 현실화 됐다. 뿐만 아니라 실적 신기록 행진을 거듭해 왔던 SK하이닉스도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SK하이닉스가 오는 24일 지난해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5조원 안팎으로 전 분기 대비 각각 12%, 24% 감소했을 것으로 시장은 예측하고 있다. D램 출하 감소와 미중 무역 분쟁으로 수요 감소와 클라우드 업체들의 서버 메모리 수요 감소 등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 반도체 물량의 20% 가량을 차지하는 애풀의 아이폰 판매 부진도 작용했다.

국가 수출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부진은 국가 경제에도 직격탄이다. 하지만 세계 75%의 반도체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삼성과 SK는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과의 대화’ 직후 청와대 경내를 산책 중 문 대통령은 반도체 경기 하락 우려에 대한 질문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좋지는 않지만 이제부터 진짜 실력이 나올 것”이라고 답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반도체 시장 자체가 안 좋은 게 아니라 가격이 내려가서 생기는 현상으로 보면 된다”며 “반도체 수요는 계속 늘고 있고, 가격이 좋았던 시절이 이제 조정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황 조정 국면에서의 일시적 현상으로 앞으로 반등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 부회장과 최 회장의 분석이다.

실제 반도체 가격이 하락기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반도체 시장조사업체인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버용 D램 계약 가격이 전분기 대비 20% 이상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뿐만 아니라 2분기에는 10%, 3분기에는 8%, 4분기에는 5% 가량 가격 하락을 점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위기론이 장기화 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시적인 조정기를 겪는 것일 뿐 여전히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란 분석이다. 디램익스체인지는 “중국 데이터 센터 및 서버 제조 업체의 수요가 2분기부터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재고 문제가 적절히 해결되면 3~4분기에는 서버용 D램 가격 하락이 완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 역시 올해 반도체 시장이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트너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이 총 4890억 달러(약 545조원)로, 지난해(4770억 달러)보다 2.6%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물론 2017년(21.6%)이나 지난해(13.4%)처럼 두 자릿수 증가율은 아니지만, 올해도 성장세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4분기 잠정실적 발표 당시 설명자료를 통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업황 개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을 내놨다. 삼성전자측은 “메모리 사업은 하반기에 성수기 영향 속 신규 CPU 확산 및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영향 등으로 수요 증가로 수급이 점차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측면에서 기술 난이도 및 자본집약도 증가 등 공급 확대에 어려움이 예상됨에 따라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수급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인공지능(AI)·5G·자율주행·전기차 등 새로운 시장 창출은 반도체 산업의 반등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짐 펠드한 세미코 리서치 대표는 23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코리아2019'에서 “전세계가 경제적으로 더딘 성장을 보이지만 반도체 시장은 중장기적으로 AI 기반 사물인터넷(IoT)과 비전(vision) 시스템이 견인할 것”이라며 “차세대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부분이 자율주행시스템(ADS)으로 오는 2021년까지 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770억달러(약 87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반도체 시장은 초황기를 거쳐 이제 하락세를 타는 분위기”라면서도 “4차 산업혁명 흐름 속에서 AI와 자율주행차 등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시장이 진입하고 있는 만큼 하반기부터는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철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