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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젊은 낭만적 마르크스' 앞세운 탄생 200주년 기념 애니메이션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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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젊은 낭만적 마르크스' 앞세운 탄생 200주년 기념 애니메이션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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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김경수 편집위원]

“내가 하는 일은 모두 세계의 빈곤자를 위해서다.” 목소리 주인은 칼 마르크스이지만 시청자가 아는 마르크스는 아니다. 날씬한 장신에 턱선이 날렵한 얼굴선, 갈색 곱슬머리, 파란 눈동자, 하지만 하는 말은 중국어다. 흰 수염을 기른 노인이라는 통상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칼 마르크스 200주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이 애니메이션의 제목은 ‘영풍자(领风者·THE LEADER)’다. 총 7화로 편성된 마르크스의 일생을 그리는 내용으로 28일부터 중국 최대의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비리비리 (嗶哩嗶哩)’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제작은 중국공산주의청년단 홍보부문과 당의 마르크스 이론연구소가 공동으로 맡았다.

19세기 유럽을 무대로 1818~1883년 마르크스의 생애를 다루는 내용. 그중에는 공산당선언이나 ‘루이 보나파르트 브뤼메르 18일’ ‘자본론 제1권’ 같은 대표작을 출간한 시기도 들어 있다.

공식 예고편은 어린 시절 마르크스가 미래의 아내 예니 폰 베스트팔렌이 노는 모습을 담고 있다. 홍보화상에서는 수염을 기른 백발과 교차하고 있지만, 시원하게 생긴 젊은 마르크스가 역시 나이를 거꾸로 먹은 듯 잘생긴 엥겔스의 옆에 서 있다.

아직 애니메이션 전체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예고편은 마르크스주의의 중심을 이루는 계급투쟁을 거론하지 않고 시진핑 정권이 지향하는 이념에 입각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는 제1화 공개 전부터 이미, 만화나 그림문자, 애니메이션에 근거하는 무대극 등의 상품이 전개되고 있다.

만화 판 편집자는 관영 환구시보 취재에 마르크스가 교과서에서 배우는 위대한 사상가였을 뿐 아니라, 10대 시절은 근면하고 낭만적인 반항적인 소년이었음을 젊은 독자에게 전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지난해부터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당국의 선전·선동공세가 전개됐고, 대형 TV방송사들은 토크쇼와 청년교육 프로그램이 방영했다.
반면 마르크스주의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별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베이징 등에서 당국이 마르크스주의 학생조직과 활동가를 적발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반년 동안 선전(深圳)에서 공장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원하려고 했던 베이징의 대학생이나 졸업생들이 구속되는 사태가 있었다.


김경수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