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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노딜 브렉시트' 충격, 영국 경제에 어떤 영향 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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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노딜 브렉시트' 충격, 영국 경제에 어떤 영향 미칠까?

英, 합의없는 EU탈퇴 가시화 …탈퇴기한까지 9주 채 남지 않아

영국의 '합의없는 이탈'은 사회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지금으로선 추측만 가능할 뿐이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영국의 '합의없는 이탈'은 사회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지금으로선 추측만 가능할 뿐이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영국이 유럽연합(EU)을 이탈하는 기한까지 앞으로 9주가 채 남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사태를 타개할 길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영국 경제에 대한 쇼크를 완화하기 위한 이행 기간을 확보할 수 없을 가능성마저 높아지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현실감을 더하는 영국의 '합의없는 이탈'은 사회와 경제에 도대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각종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정부와 금융 당국, 그리고 언론과 사회·경제 각층의 전문가들의 전망을 총정리해 경제, 무역, 항만, 재정, 통화, 주가, 채권 등 항목별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 영국경제 최악시 8% 축소 가능성


잉글랜드은행(중앙은행, BOE)은 브렉시트의 경제적 영향에 대해 최악의 경우 영국 경제가 1년 이내에 8%가량 축소될 가능성이 있으며, 그 영향은 2008~2009년의 글로벌 금융 위기를 웃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그렇게까지 심각한 상황까지 치닫지 않는다 하더라도, 통관 및 규제 장벽이 남아있는 '합의없는 브렉시트'의 경우만으로도 영국 국내총생산(GDP)은 3% 정도 축소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심지어 중앙은행은 영국의 대규모 경상 수지 적자가 안고 있는 리스크도 지적했다. 대부분이 투기적 자산을 향한 해외 자금에 대한 것으로, 영국 경제에 '브렉시트 쇼크'가 발생했을 경우 대부분이 고갈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다.

■ 영국·EU 쌍방 기업 타격 분명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무역 장벽이 높아짐으로써 영국과 EU 쌍방의 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은 당연하다. 이어 영국의 수출 기업은 EU의 수입 관세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관세율은 평균 5% 정도지만, 국가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 등 분야에는 10%가 부과되는 등 한층 더 비싸질 전망이다. 결국 약 80만 명을 고용하고 있는 영국의 자동차 산업의 피해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제조 기업은 통관 절차의 지연에 의해 스스로의 '저스트 인 타임(Just In Time)' 생산 방식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가동되고 있는 부품에 대한 실질적 재고관리를 통해 필요한 수량만큼 적기에 공급하는 저스트인타임 방식의 산업 모델은 오직 영국과 유럽 대륙 간 마찰이 없는 통상 관계에서만 신뢰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같은 현실 속에서도 일부 이탈 찬성파는 첨단기술을 활용함으로써 통관 절차의 지연은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장래적으로 영국이 EU와의 자유무역협정을 실현하게 된다면 수출도 자유롭게 확장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찬성파들은 또 EU와의 긴밀한 관계를 지속하는 것보다도 미국이나 중국, 인도 등 성장률이 높은 국가들과 무역하는 것이 영국에게 이익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직 영국 재정을 예측하는 일부 담당자들만이 이러한 국가들과의 "양자 간 무역의 혜택은 그리 크지 않은 규모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 항만


영국 도버와 포크스톤을 통과하는 차량 1대당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이 2분 정도 더 걸리는 경우 M20 고속도로와 A20 간선도로에는 46㎞의 교통체증이 발생할 것으로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Imperial College)의 연구원들은 추산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영국 정부는, 해협의 항만이나 공항에서 정체가 발생했을 경우를 대비해 고속도로변에 대형 트럭 주차장를 건설 중이며, 잉글랜드 남부 공항을 쓸 계획도 구상 중이다.

그리고 최근 많은 제조 기업들은 통관 수속이 지연될 경우에도 생산 라인을 정상적으로 가동하기 위해 부품의 비축을 진행하고 있다. 심지어 영국 정부는 대형 제약회사에 대해 약품의 비축을 평소보다 6주 분량 늘려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다만 이탈 찬성파는 합의없는 이탈의 경우에도 트럭 운행에 지장은 생기지 않는다고 말한 프랑스 카레 항만 당국자의 코멘트를 내세워 "정부의 이러한 우려는 다소 지나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프랑스 당국은 도버해협을 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가적으로 수백 명의 통관 담당자를 고용하여 통관 시설을 증설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 경제적 충격 대비 예비비 쌓아와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은 브렉시트가 경제적 충격을 줄 경우에 대비해 재정 지출을 확대할 수 있도록 재정적으로 예비비를 쌓아왔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해먼드 재무장관은 장기적으로는 합의없는 브렉시트라는 사태에 빠질 경우를 대비해 "긴축 재정을 끝내겠다"는 자신의 공약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반면 이탈 찬성파는 합의없는 이탈은 EU 예산에 대한 영국 정부의 자금 지원이 즉시 종료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오히려 공공 재정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BOE는 투자자에 대해 합의없는 이탈 쇼크가 발생하더라도 중앙은행이 즉시 구제에 나서서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는 기업 스스로의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외에도, 파운드 하락으로 인해 영국의 인플레이션이 탄력을 받으면서 금리 인하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우려된다.

■ 파운드


경제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합의없는 이탈은 아마도 파운드 매도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파운드 대 달러의 시세는 2016년 EU 탈퇴를 결정한 영국 국민투표 이후 약 13% 감소하고 있는데, 이 폭이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고 환율 전문가들은 점치고 있다.

특히 BOE의 '최악의 이탈 시나리오'에 내에는 "파운드는 25%까지 하락함으로써 미국 달러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추측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주가

파운드의 약세가 진행되면 전 세계 각처에서 사업을 전개하는 영국 최대 기업의 대부분은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FTSE 100 지수의 구성 종목인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British American Tobacco)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laxoSmithKline) 등 수익의 70%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는 기업이 이에 포함된다.

하지만 반대로, 해외보다는 국내 시장에 주력한 결과 수익의 절반을 영국 시장에 의존하는 FTSE 250 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 채권


합의없는 이탈에 따른 경제적 쇼크가 발생할 경우, 일반적이라면 투자자는 영국 국채라는 안전 자산으로 흘러들 것이다. 하지만 합의없는 이탈은 결국 메이 총리에게도 큰 타격을 주어 새롭게 총선이 치러질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당세를 회복하고 있는 좌파 노동당은 공공 투자를 대폭 증가시키는 공약을 내걸고 있어 일부 투자자를 동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영국 국채로 흘러드는 자산을 기대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를 수 있으며, 그 결과 합의없는 이탈에 따른 경제적 쇼크는 생각 이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