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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호텔사업 제동 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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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호텔사업 제동 걸리나

-KCGI, 호텔사업 ‘정조준’…표면상 사업 부진 이유
-‘조현아·조현민’ 경영복귀 차단 '경영승계 흔들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미지 확대보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글로벌이코노믹 민철 기자] 한진그룹과 전면전을 선포한 국내 행동주의 펀드 'KCGI'가 한진 ‘호텔사업’도 정조준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는 지난 21일 ‘한진그룹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한진칼과 한진, 대주주 측에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KCGI는 제안문을 통해 지배구조 개선 및 기업가치 제고, 고객 만족도 개선 및 사회적 신뢰 제고 등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앞서 KCGI는 지배구조 개선, 기업가치 제고 등이 담긴 계획서를 조 회장 측에 제안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우선 KCGI는 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 추천 사외이사 2명과 외부전문가 3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 설치와 보상위원회, 임원추천위원회 도입도 제안했다. 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KCG의 개선안 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호텔사업 매각을 비롯한 사업의 원점 재검토다. 구체적으로 ▲칼호텔네트워크 ▲LA윌셔그랜드호텔 ▲송현동 호텔부지 ▲제주도 파라다이스호텔 ▲왕산마리나 등을 거론하고 있다. 이들 사업은 대부분 경영실적이 저조하거나 개발이 중단된 곳이다. KCGI는 “한진그룹은 여행업 경기에 민감한 사업구조를 갖췄지만 무리한 호텔사업 확장으로 수익성 악화와 재무구조 위험성이 커졌다"며 “사업부문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땅콩 회항’ 논란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조현아 전(前) 대한항공 부사장이 지난해 3월 경영 복귀한 곳이 칼호텔네트워크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난 2014년 말 항공기 회항사건으로 한진그룹 경영에서 손을 뗀지 약 3년 만에 복귀했다. 조 전 부사장 복귀로 한진 승계구도가 가시권에 접어들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장녀인 조 전 부사장이 호텔사업을, 차녀 조현민 전(前) 전무가 관광사업 부문을,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이 대한항공과 그룹 총괄을 분담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진그룹 호텔사업은 크게 두 계열사에서 나눠 담당하고 있다.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100% 자회사 칼호텔네트워크는 현재 제주 칼호텔, 서귀포 칼호텔,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그랜드하야트 인천, 하와이 와이키키 리조트호텔 등을 운영 중이다. LA 윌셔그랜드호텔은 대한항공이 사실상 운영하고 있다.

칼호텔네크워크는 연속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칼호텔네트워크는 지난해 3분기 총 127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 기간동안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70억원이다.

칼호텔네트워크는 지난 2017년 매출액이 981억원에 달했지만 25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수 년째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진칼의 실적 저조 요인 중 하나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공을 들여왔던 LA월셔그랜드센터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한항공의 2017년 전체 사업부문에서 흑자를 냈지만 유독 호텔 사업에서 적자를 냈다. 윌셔그랜드호텔 실적부진이 주원인으로 꼽혔다.
지난 2017년 6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문을 LA윌셔그랜드센터는 조 회장 숙원사업 중 하나다. 조 회장은 1989년 대한항공 미국 법인 한진인터내셔널코퍼레이션을 통해 윌셔그랜드호텔을 인수했고 73층, 높이 335미터의 초고층 빌딩을 짓기 위해 8년간 1조1000억원 가량을 투입했다.

조 회장이 이처럼 호텔사업에 적극적인 이유는 호텔이 항공사업과 비즈니스모델에서 연관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텔 사업 부진이 그룹 실적 개선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업계와 시장에서는 한진의 사업 조정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워왔던 것도 사실이다.

KCGI가 표면적으로는 한진 호켈사업 부진을 이유로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경영승계를 겨냥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조 회장 삼남매가 사업 영역을 분담하고 있는 만큼 조현아·현민 등의 경영 복귀를 차단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땅콩회항과 '물컵갑질'로 조현아·현민은 경영일선에서 모두 물러나 있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KCGI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는 사실상 조양호 회장 일가를 겨냥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각 사업 부분별 부진을 이유로 한진 오너가(家)를 압박하고 있어 한진측도 납득가능한 대안으로 반전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진그룹은 KCGI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대해 아직 어떠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민철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