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50, 60대도 할 일 없다고 산이나 가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험악한 댓글만 달지 말고 아세안으로 가야 한다” “박항서 감독도 (한국에서) 구조조정이 되고 베트남으로 건너가 인생 이모작 대박을 터뜨리지 않았습니까”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헬조선이라고만 말하지 말고 아세안 국가를 가보면 ‘해피 조선’을 느낄 것이다. 아세안 국가에 가면 한국 학생들을 붙들고 어떻게든 한글을 배워보기 위해 난리다”.
기업인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이었던 만큼 베트남을 비롯한 아세안 국가에 진출하면 어떤 이득이 있는지만 말했어야 했다. 그런데 듣는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엉뚱한 소리를 했다. 5060세대에게 댓글 달지 말고 아세안으로 나가라고 한 것은 필요 없는 말이다.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 보라. 그렇지 않아도 소외된 세대들에게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재를 뿌렸다고 할까. 청와대 보좌관의 그릇된 인식이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경제보좌관은 대통령의 경제교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사람이 대통령 곁에 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통령이 위험에 놓여 있는 셈이다. 대통령에게는 정확한 보고와 함께 경제 상황에 딱 맞는 조언을 해야 한다. 김 보좌관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의심이 간다. 야당이 들고 일어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김 보좌관은 비난이 쏟아지자 기자들에게 두 차례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 사과했다. 그는 "신남방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표현으로 여러분께 심려를 끼쳤다"면서 "저의 발언으로 마음이 상하신 모든 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보낸 메시지에서는 자신의 발언을 두고 "5060 세대를 무시하는 발언이 결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말이란 그렇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 특히 대통령을 모시는 참모들은 말을 하나 하더라도 신중하게 해야 한다. 대통령의 생각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경제보좌관이 꼭 있어야 하나 의구심이 든다. 이처럼 사고를 친다면 없는 게 훨씬 낫다. 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무능을 비판하곤 했다. 이런 참모들 때문 아닐까.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