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 칼럼] 작가 유시민의 멧돼지 소탕론

기사입력 : 2019-02-06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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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이정선 기자]


작가 유시민이 멧돼지 소탕론(?)을 내놓은 적 있었다. 지난 2007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였다.

당시 유시민은 ‘국민 등 긁어주는 생활형 공약’을 제시하면서 멧돼지 소탕을 언급했다. 한마디로, 공수부대를 동원해서 멧돼지를 잡아 없애겠다는 것이었다.

유시민은 “멧돼지가 민가로 내려와 인간과 거주영역 싸움을 벌이고 있다”면서 “문제는 현행법상 멧돼지를 잡을 수 없고, 새 법을 만들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첫눈이 내리는 날 공수부대를 동원해 멧돼지를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시민은 그렇게 잡은 멧돼지를 “10% 정도는 부대에 넘기고 나머지는 도축해서 양로원에 주거나 팔면 된다”고 했다. “30만 마리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 중 5만 마리는 잡아야 한다”고도 했다.

그렇지만, 유시민은 잘 모르는 게 있었다. 멧돼지는 공수부대가 맞장을 떠서 잡을 상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멧돼지는 ‘맹수’다. 아무리 건장한 공수부대원이라고 해도 ‘인간 따위’와는 힘을 비교할 수도 없다. 멧돼지의 이빨은 그냥 달려 있는 게 아니다. 멧돼지가 멧돼지답게 ‘저돌적인’ 속도로 달려와서 힘과 이빨로 밀어붙이면 감당할 재간이 없다.

‘몰이’를 해서 소탕하는 것도 공수부대원으로서는 한계가 있다. 멧돼지 몰이는 그 습성을 잘 알고 있는 전문 사냥꾼이나 가능한 일이다. 습성을 모르는 공수부대원이 나섰다가는 되레 멧돼지에게 골탕을 먹기 십상이다.

멧돼지를 소탕하는 방법은 따로 있을 수 있다. ‘멧돼지구이’를 ‘천하의 진미’라고 소문내는 것이다. 그러면 그 맛을 보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멧돼지 개체 수도 따라서 줄어들 수 있다.

김왕석(金旺錫)이 쓴 ‘사냥꾼 이야기’에 따르면, 네발 달린 짐승고기 가운데 멧돼지고기 맛이 으뜸이다. 집돼지고기와 달리 지방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야생짐승이기 때문에 돼지고기 특유의 누린내도 나지 않는다.

육질도 부드럽기 때문에 이가 신통치 않아진 늙은이에게도 무난한 게 멧돼지고기다. 그래서 돼지고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멧돼지고기만큼은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요리법’도 간단하다. 사냥터에서는 손 많이 가는 요리를 하지 않는 법이다.

먼저, 넓적하고 평평한 돌을 구해서 모닥불 위에 올려놓는다. 돌이 적당히 달궈지면 눈을 한 삽 퍼서 그 위에 뿌린다. 그러면 눈과 함께 돌에 묻어 있던 지저분한 것들이 ‘칙’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증발해버린다.

사냥터에서는 이런 식으로 ‘멸균’을 한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깨끗해진 돌 위에 얇게 저민 멧돼지고기를 올려놓기만 하면 그만이다.

다만, 완전히 익히면 안 된다. 절반쯤 익은 고기를 소금에 찍어 먹는 것이다. 그 맛은 수십 리 밖에 있던 맹수들이 냄새를 맡고 모여들 정도라고 했다.

멧돼지구이가 ‘천하의 진미’로 인정을 받으면 멧돼지는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싹쓸이될 것이다. 그래도, 헤아려볼 게 있다. 멧돼지가 오죽했으면 ‘인간의 영역’에까지 들어와서 먹이를 찾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런데, 황금돼지의 해에 정작 황금돼지는 나타나주지 않고 멧돼지 소식만 무성해지고 있다. 얼마 전에는 경북 예천의 야산에서 나무를 하던 60대가 멧돼지에게 물려 숨진 사건도 있었다.


이정선 기자 jslee@g-enews.com

이정선 기자 js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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