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1일 육체 노동자의 일할 수 있는 나이를 기존 만 60세에서 65세로 바꿨다. 1989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가동연한을 만 55세에서 만 60세로 5년을 올린 지 30년 만이다. 또 다시 5년을 올리는 데 이만한 시간이 걸린 셈이다.
재판부가 주요 근거로 제시한 것은 다음과 같다. 지난 30년 동안 국민 평균 수명 증가,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 정년 연장, 연금 수령 시점 연기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 가동연한을 올려야 한다고 봤다는 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판결로 본다.
가동연한은 사고로 사망하거나 다친 사람 및 가족에게 지급하는 손해배상액을 법원이 계산할 때 주요 기준이 된다. '노동 정년'이 5년 늘어나면서 손해배상액도 전반적으로 늘 수밖에 없게 됐다. 지금까지는 60세를 기준으로 지급해 왔다. 교통사고보험 등 각종 보험료도 인상될 여지가 커졌다. 보험 업계에서는 1.2% 정도 인상 요인이 생겼다고 주장한다.
현재 정년의 경우 만 60세로 법제화돼 있다. 그런데 이를 높여야 한다는 논의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노동 가동연한이 늘어났는데 정년도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논리에서다. 나아가 노인의 기준 역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커질 것 같다. 노인복지법은 노인을 만 65세로 보고 있는데 이를 70세라든가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노인 연령을 70세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노인 연령 상향 조정은 곧 정년을 연장하는 것과 직결돼 쉬운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례 변경으로 이 같은 논의가 훨씬 활발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일본은 공무원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노인 연령 상향 문제는 정년 연장 말고도 기초연금, 국민연금, 건겅보험, 장기요양보험, 지하철무임승차 등 여러 가지 복지 혜택과 맞물려 있다. 따라서 단박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무엇보다 사회적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어쨌든 대법원의 이번 판례 변경을 환영한다.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