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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카드도 대형가맹점 수수료 인상 가세… 파급력 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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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카드도 대형가맹점 수수료 인상 가세… 파급력 클 듯

매출 500억 원 이상 주요 가맹점에 수수료율 인상 공문 발송

농협카드 로고 (이미지=농협카드 홈페이지)이미지 확대보기
농협카드 로고 (이미지=농협카드 홈페이지)
[글로벌이코노믹 이효정 기자] NH농협카드가 전업 카드사의 대형 가맹점 수수료 인상 대열에 가세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카드는 지난달 31일 자사의 자체 가맹점망에서 매출액 500억 원 이상 주요 가맹점에 카드 수수료율을 높이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일괄 발송했다.
농협카드는 비씨카드의 결제 프로세싱 시스템을 활용해 가맹점망을 갖추고 있지만, 2009년부터 '채움'이라는 카드 브랜드를 내놓으며 자체 가맹점망의 규모를 키우고 있다.

이번에 자체 가맹점망 안에 들어와 있는 일부 대형 가맹점에 대해 수수료율을 높인다는 것이다.

수수료율 인상폭은 최근 대형 가맹점에 수수료율을 인상하기로 한 다른 전업 카드사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농협카드 관계자는 "전업계 카드사가 통지한 내용과 비슷한 수준으로 수수료율을 높이겠다는 내용이었다"며 "(수수료 인상폭은) 자사가 타사 대비 별도로 더 많이 받거나 덜 받는 수준은 아니다"고 밝혔다.

앞서 신한·국민·삼성·현대·우리·하나·롯데·비씨카드 등 8개 전업 카드사는 KT 등 통신3사에 카드 결제 대금의 가맹 수수료율을 현재 1.8~1.9%에서 2.1%까지 최대 0.3%포인트 인상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 마트에 대한 카드 수수료율도 현재 1.9~2.0%에서 2.1~2.2%로 인상할 방침이다.
농협카드의 이번 결정은 전업 카드사의 결정 못지 않게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자체 가맹점망을 지속적으로 키우고 있는 상황인데다 본업인 은행업외에도 자체 신용·체크카드 사업을 하고 있는 겸영 은행임에도 시장 인지도가 높다.

농협카드의 카드결제 취급액 기준 시장점유율은 4위이자 체크카드 시장에서는 국민카드와 함께 업계 1·2위 자리를 다툰다.

더욱이 전업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이 수수료율 인상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농협카드까지 가세한 형국이다.

시기상으로 수수료율 적격비용(원가)을 산정한 후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을 조정하는 것은 겸영은행이나 전업 카드사 할 것 없이 비슷한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지만, 현재 전업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 줄다리기에 농협카드도 힘을 보태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현재 대형 가맹점은 카드사의 수수료율 인상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카드사의 수수료율 인상에 반발하며 협상이 끝나기 전에 수수료율을 인상한다면 계약 해지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원래 대형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은 변경 한 달전에 공지하고 새 수수료율을 선반영한다. 이후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의 협상 결과에 따라 이를 소급적용하는데, 이번에 대형 가맹점은 선반영도 안 된다며 강경하다.

금융당국은 카드사의 수수료율 적격비용(원가) 재산정으로 원가가 높아져 대형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카드사의 편을 들어주고 있다.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 인상 거부하면 이는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과도하게 압력을 넣는 것이나 다름 없어 관련법에 따라 처벌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 카드사의 수수료율 변경 적용 여부를 점검하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중소 가맹점과 다르게 대형 가맹점은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령에 따라 수수료율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간 자유 계약에 따라 수수료율이 결정되기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을 거느리고 있는 대형 가맹점의 협상력을 일방적으로 억누르기란 쉽지 않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업계는 협상이 완료되기 전까지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인상하지 말라는 입장"이라며 "(대형 가맹점의 계약 해지 등) 우려가 현실이 되면 소비자를 볼모로 하는 갑질 행위와 다름없다. 이 부분은 정치권 등에서 나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과거에 카드사가 수수료율을 높이려고 해도 결국 대형 가맹점의 협상력이 더 우위를 보인 사례가 있었다.

2004년 이마트는 비씨카드가 수수료율을 높이겠다고 하자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비씨카드는 결국 인상폭을 낮췄다. 2014년에는 현대자동차가 카드 복합할부 수수료 인상에 반발, 신한·비씨카드에 가맹계약을 취소 통보하는 바람에 수수료율이 낮아졌다.


이효정 기자 lh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