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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박용곤 두산 회장 “지키지 못할 말은 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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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박용곤 두산 회장 “지키지 못할 말은 하지 말아야”

[글로벌이코노믹 민철 기자]

故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사진 왼쪽에서 네 번째)이 1995년 OB베어스(현 두산베어스) 한국시리즈 우승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석했다.이미지 확대보기
故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사진 왼쪽에서 네 번째)이 1995년 OB베어스(현 두산베어스) 한국시리즈 우승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석했다.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이 3일 저녁 노환으로 별세한 가운데, 박 명예회장의 일화와 어록에 눈길이 쏠린다. 일화와 어록에서도 ‘침묵의 거인’이라는 별칭과 함께 인화를 강조해 온 그의 일생이 그대로 묻어난다.

박 회장은 좀처럼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고 한다. 상대의 말을 끝까지 경청한 뒤 자신의 뜻을 짧고 간결하게 전하는 식이었다. 사업적 결단의 순간 때도 그는 실무진의 의견을 먼저 경청했고 다 듣고 나서야 입을 열어 방향을 정했다는 후문이다.

박 회장은 말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말을 많이 하다 보면 쓸데없는 말을 하게 된다”며 “또 내 위치에서 무슨 말을 하면 그 말은 모두 약속이 되고 만다. 그러니 말을 줄이고 지키지 못할 말은 하지 말야한다”고 말했다.

“인재가 두산의 미래를 만드는 힘이다”라고 강조해 온 박 회장은 면접 과정에서 인화의 면모를 보여줬다. 박 회장은 한 입사 지원자에 부친을 직업을 물었고, ‘목수’라는 답변을 듣고 난 뒤 “고생하신 분이니 잘해드리세요”라며 등을 두드려줬다. 당시 입사지원자는 합격해 중견 간부로 성장했으며 그때의 기억을 잊은 적이 없다고 한다.

하루는 박 회장이 직접 차를 몰고 회사로 출근했다. 운전기사가 아파서 결근을 했던 것이다. 주차장에서 이 모습을 본 직원의 보고에 사무실은 난리가 났다. 하지만 박 회장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조용히 집무실로 들어갔다. 그 운전기사는 선대 때부터 일을 한 사람으로 박 회장과도 40여 년을 함께 했다.

박 회장은 야구에 대한 각별한 사랑으로도 유명하다. 한국 프로야구 출범 때 가장 먼저 야구단(OB베어스)을 창단했고, 어린이 회원 모집을 가장 먼저 시작했으며 2군을 제일 먼저 창단했다. 거동이 불편해진 뒤에도 휠체어를 타고 베어스 전지훈련장을 찾아 선수들 찾아 이전 시즌 기록을 줄줄이 외우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지난 2008년 4월 17일 77세 희수연 때 자녀들로부터 등번호 77번이 찍힌 두산베어스 유니폼을 받아 든 그는 그 어느 때보다 환한 웃음을 지었다.

박 회장은 유치원에 다닐 당시에도 집안이 큰 포목상을 하는 데도 무명옷을 색이 바랠 때까지 입었고 고무신도 닳아서 물이 샐 때까지 신었다고 한다. 경성사범학교 부속보통학교 재학 중에는 끼니를 제대로 못 잇는 급우들을 위해 별도의 도시락을 가지고 등교하기도 했다.


민철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