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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뉴스] 한전, 온수동 재건축 '조합 동의' 절차상 중대하자...주민 피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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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뉴스] 한전, 온수동 재건축 '조합 동의' 절차상 중대하자...주민 피해는?

전문가들 "예비타당성 조사·보증보험 가입 등 사전조치 없이 동의서 발급 납득 안되는 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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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 온수동 일대 재건축사업에서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석연찮은 조합설립 동의를 해 주는 '절차상 중대하자'를 저질러 놓고도 책임 회피로 일관해 재건축 조합 주민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온수동 재건축사업 조합과 한전, 구로구청 등에 따르면, 온수동 재건축 부지 위로 송전철탑과 송전선로가 지나가 이를 지하화하거나 우회하는 공사를 선행해야 하는데 한전이 그 비용 마련을 위한 아무런 조치 없이 조합설립 동의를 해 준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전직 한전 직원이나 법조계·주택건설업계 관계자는 공기업인 한전이 120억 원대에 이르는 공사비용에 대해 사전 예비타당성 조사나 비용분담에 관한 조합원의 동의도 없이 조합설립에 동의해 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중대한 절차상의 하자로 조합설립이 취소될 수도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이 떠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의 온수동 재건축 사업은 구로구 온수동 45-32번지 일대 대지면적 5만6323㎡, 건축 연면적 15만1805㎡ 규모로 ▲대흥빌라 246가구 ▲성원빌라 251가구 ▲동진빌라 246가구 등 3개 빌라를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정부의 소규모정비사업 규제 완화에 따라 구로구청이 추진하는 사업으로 총공사비 2240억 원이 투입돼 지하 2층~지상 25층 아파트 12개동 988세대를 신축한다는 계획이다.

이곳은 2009년 지구단위계획 특별계획구역으로 결정돼 재건축 절차에 들어간 뒤 6년간 별다른 진척이 없다가 2014년 정비구역으로 변경 지정된 이후 급물살을 타면서 같은 해 말 3개 빌라 통합추진위원회가 설립됐다.

2015년 10월 대흥·성원·동진빌라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94.38%의 높은 동의를 얻으며 창립총회를 개최했고, 2016년 2월 17일 구로구청으로부터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9일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았다.
곧이어 조합은 시공사 현장설명회를 마련, 상위 10위권 건설사 다수를 포함해 총 13개 건설사들이 참여하는 등 큰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조합은 조만간 입찰을 마감한 뒤 시공사 선정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조합원들은 1000가구에 이르는 중대형 단지인데다 서울지하철 1호선과 7호선 환승역인 온수역이 가까워 대형 건설사들의 관심이 높다며 재건축 추진에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조합설립 과정에서 한전의 납득하기 어려운 조합설립 동의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건축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부지 북쪽 한복판에 한전의 전기공급설비가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동진빌라와 성원빌라 사이에 송전철탑이 서 있으며 전기공급설비와 송전철탑에 연결된 송전선로가 재건축 부지를 남북으로 가로질러 지나가고 있다. 지상 25층 아파트를 짓기 위해선 송전탑 및 송전선로의 지하화나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한전은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온수동 45-8, 9, 11, 16, 24 토지 중 일부와 지상건물도 소유하고 있다. 사업부지로 편입되는 대지면적은 3570㎡다.

구로구청은 이 재건축사업 인가조건으로 한전과 재건축조합 간 송전탑 지중화 관련 협의가 선행될 것을 제시했다. 해당구간을 지나가는 15만4000볼트(154kV)의 송전선로를 지중화하기 위한 용지확보, 사업비부담, 공사기간 확보 등 조건이 충족되어야 지중화 사업이 가능하고 따라서 조합설립도 가능해지므로 이를 당사자 간에 협의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전 남서울지역본부(현 남서울본부)는 아무런 공식협의 없이 2015년 10월 조합설립에 동의했다. 2쪽짜리 동의서엔 조합설립 및 재건축사업에 동의한다는 내용만 기재되어 있다.

문제는 한전이 재건축사업에 필수불가결한 송전선로 지중화사업을 동의서에도 기재하지 않고 동의서 발급 전후에도 아무런 공식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발급해 줬다는 점이다.

한전 출신 C씨는 "송전선로 지중화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지중화가 가능한지를 판단하고 정확한 공사비를 산출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산출된 공사비를 원인제공자(조합)에게 청구해 자금을 유치해야 하고 안 되면 보증보험이라도 든 후에 조합설립 동의서를 발급해야 한다"면서 "공기업인 한전이 이런 사전 담보조치 없이 동의서를 써준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취재=김철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