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카드사 ‘수수료’ 전면전…이번주 최대 고비

[글로벌이코노믹 민철 기자]


'최악의 경우 현금으로 자동차를 사야 하나....'

현대자동차가 오는 10일부터 5개 신용카드사와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기로 하면서 ‘카드사-대형가맹점’간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최종 확정까지는 일주일 가량 시간이 남아 있어 양측이 극적인 수수료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소비자는 현대차와 계약된 카드사로부터 새로 카드를 발급받아 차량을 구매하거나 현금 수 천 만원을 준비해야 한다.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이번 사태 결과에 따라 수수료로 갈등을 빚고 있는 다른 대형가맹점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4일 수수료율 인상을 적용한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삼성카드, 롯데카드, 하나카드 등 5개 카드사와 10일부터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이와는 달리 BC카드와 NH농협카드, 현대카드, 씨티카드에 대해 기존 수수료율을 유지한 상태에서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기아자동차도 11일부터 가맹점 계약을 해지할 예정이다.

최근 카드사들은 정부 카드수수료 개편에 따라 연 매출 500억원 초과 대형가맹점에 3월부터 수수료를 인상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따라 기존 1.8%대의 현대차 카드 수수료를 1.9%대로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일단 카드사들의 일방적 ‘수수료 인상’ 통보에 두 차례 이의제기 공문을 보내 현행 수수료율을 유지한 상태에서 협의하자고 요청했다. 또한 수수료율 인상에 대한 근거 자료를 공개해달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대차는 적격 비용의 토대가 되는 카드사의 조달금리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하락해왔으며 연체채권비율도 감소하는 등 인상 요인을 찾기 어렵다고 분석하고 있다. 때문에 카드사의 수수료 인상은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 2004년 이마트가 비씨카드의 수수료 인상 통보에 반발해 가맹계약을 해지했다. 소비자 불편과 반발로 7개월여 만에 점포별 1.6~1.9% 범위에서 수수료율을 조정했던 사례가 있다.

이번 카드사-대형 가맹점 분쟁은 정부가 밀어붙인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이 있다. 정부 당국은 지난해 말 연 매출 500억원 이하 가맹점에 대해 수수료율을 인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생사기로에 몰리자 중소 가맹점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이들에 대한 카드 수수료를 인하했다. 그 불똥이 이번에는 현대자동차로 옮겨 붙은 것이다.

업계에선 현대차와 카드사간 극적 합의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현대차가 가맹점 계약 해지 기한을 오는 10일로 일 주일간 여유를 둔 것은 나름 ‘유연한 협상’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한 국내 1, 2위 카드사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와의 계약 해지가 가져올 역풍도 만만치 않다는 점도 현대차를 멈칫하게 한다. 올해 신차 효과로 반등을 노리고 있는 현대·기아차로선 자칫 실적 향상에 발목을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카드로 자동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감내해야 한다. 카드사로서도 대형 가맹점 해지가 수수료 인상 효과보다 손실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현대차가 계약 해지 시한인 10일 이전에 현대차와 카드사가 협상에 나설 공산이 크다. 이번 협상에 따라 다른 업계에도 후폭풍이 불 전망이다. 통신사, 유통사 등도 수수료 인상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이미 전달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계약 해지에 따른 손실에 현대차나 카드사도 큰 부담을 느낄 것”이라며 “하지만 (카드사-현대차)양측간 타결안이 다른 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양측 모두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철 기자 minc0716@g-enews.com